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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특집] 우리가 사랑한 2024년의 배우들 - 김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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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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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에 분홍빛 볼, 웃을 때 세로로 살풋 들어가는 보조개까지 김혜윤을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소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밝고 명랑한 얼굴로 대중에게 화답한다. 하지만 그것이 김혜윤의 전부라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접어들었을 때 김혜윤이 보여주는 이글거리는 눈빛과 정확성을 갖춘 발성은 작품이 반영한 사회문제를 명확하게 포획하기에 충분하다. 돌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면모는 장르나 작품 분위기와 별개로 우리가 김혜윤을 통해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번 돌이켜볼까. 김혜윤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 오직 그여서 가능했던 순간을 다시 보면 김혜윤과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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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아이돌 선재(변우석)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모든 시간선을 오가는 임솔(김혜윤)은 고등학교 시절인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한다. 흔들그네가 있는 카페에서 당시 짝사랑한 태성(송건희)에게 의도치 않게 고백 영상을 틀게 되는데 아니 글쎄… 짤막한 앞머리(요즘이라면 처피뱅이라고 멋지게 일컫겠지만)에 소매를 접어올린 오버핏 티셔츠, 리바이스 스커트까지 미니홈피를 뜨겁게 달궜던 얼짱 반윤희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했다. 게다가 우유송을 개사한 가사는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간지럽지만 기묘하게도 김혜윤에겐 그게 정말 자연스럽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태생적으로 약한 심장으로 태어나 픽픽 쓰러지는 게 일상인 은단오가 되었을 때에도 김혜윤의 강점은 여전히 드러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쓰러졌을 때 얼짱 3인방에게 “선착순 한명이다 얘들아~” 하며 음흉하고 변태적인 웃음을 짓는 장면. 혹은 3인방에게 “남주야 넌 특별히 초코 많은 부분 어때? 아우 도화야 넌 두 번째야. 쫌만 기다려~. 백경아! 넌 안 먹는다고? 아우 아쉽다~” 하며 호들갑스럽게 웃음을 남기는 장면. 이런 장면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앞니 8개가 다 드러나도록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오글거린다’는 비칭(卑稱)적 표현이 김혜윤만을 가뿐히 통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 김혜윤은 일명 ‘생활 연기’라고 일컬어지는 일상을 현실감 있게 체화해낸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익숙하고 친근한 모습을 망설임 없이 그려낸다. 여자주인공의 설렘과 풋풋함이 자연스럽게 그려질수록 낭만의 세기가 커지는 로맨스물의 특성을 생각하면 김혜윤은 시청자가 짧은 시간 빠르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성애적 로맨스의 이미지로 머물길 거부하고, 배역을 주도적으로 변용해가는 모습은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임솔과 은단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능글맞은 미소로 여유로이 사랑에 빠진 김혜윤은 어쩌면 왕자님의 선택을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선택이 중요한 오늘날의 소녀들의 모습과 가까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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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혜윤은 밝은 자리만을 비추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의사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기대와 억압의 중심에 있던 예서는 <SKY 캐슬>에서 분열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의사 아버지와 은행장 딸인 엄마로부터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집착처럼 믿어왔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예서는 무참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실 과학적 입증과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예서가 “술주정뱅이 피가 흐른다”는 말과 함께 혼란에 빠져드는 것은 다소 일관되지 않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속여온 엄마를 바라보는 김혜윤의 눈. 깊은 배신감에 핏줄이 붉게 일어선 두눈이야말로 개연성의 근거가 된다. 특히 귀여운 외형과 달리 허스키한 김혜윤의 목소리는 그가 지닌 귀한 자산이다. 낮은 톤으로 공기를 날카롭게 긁어내는 음성은 작품의 중심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만들고,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김혜윤 특유의 또박또박하고 낭랑한 발성은 더 나은 자기만의 삶을 위해 조선시대에서 이혼을 요청한 <어사와 조이>의 김조이에게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재판 중 시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 남편과 달리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판관을 의심하는 장면은 김혜윤의 정확한 발음, 무게 있는 목소리, (특히 한국인 시청자가 좋아하는) 한 서린 음성으로 힘을 얻어 뻗어나간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자신의 장점을 명확히 이해한 자만이 이뤄낼 수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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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KY 캐슬> 이후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김혜윤은 그 뒤로 큼직한 장편 시리즈를 도맡았지만 2022년 돌연 독립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를 공개한다. 자신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낸 예서였을 때에도 그의 별명은 ‘마멜(마이멜로디) 공주’였는데 갑자기 한쪽 팔에 굵직한 문신을 새긴 무데뽀 여자아이로 돌아온 것이다. 다소 파격적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김혜윤은 세상에 버림받은 혜영의 서글픔과 슬픔을 생명력 있게 그려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교통사고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며 집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 누구도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지 않으니 거친 세상에 마모된 듯 혜영은 오직 폭력적인 언사로 자신을 보호한다. 발악과 고성. 분노와 폭발. 혜영이 터득한 생존방식은 이것뿐이라는 듯 김혜윤은 마음 편히 살고 싶은 평범한 소녀의 발악을 온몸으로 쥐어짜낸다. 김혜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김혜윤을 봤고, 만났고, 또 기대하기 때문이다.



https://naver.me/FxF8CI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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