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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특집] 우리가 사랑한 2024년의 배우들 - 앤드류 스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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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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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마법을 체감하는 순간은 그가 완전히 예외적인 존재를 납득시킬 때 새삼스럽게 각인된다. 알랭 들롱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미남형도 아니고 맷 데이먼처럼 친근감을 자아내지도 않는, 외려 불안을 자극하는 눈빛의 리플리(<리플리: 더 시리즈>)를 앤드류 스캇은 기어코 응원하게 만든다. ‘이 사람을 이해해도 괜찮은 것인가?’ 스캇의 연기는 혼란스러움을 관객의 몫으로 기세 좋게 던진다. 교리에 적당한 부정을 저지르는 신세대 사제인가 싶다가 어쩌면 아주 어두운 과거의 소유자일 것만 같고, 종국에는 누구보다 신성해 보이는 가톨릭 신부(<플리백>)도 그라면 가능하다. 나이, 젠더, 직업, 국적 등을 불문하고 완벽하게 통제된 불완전성으로 스크린 너머를 자극하는 배우. 아일랜드 출신의 앤드류 스캇이 지난 20여년간 연극계와 영화, TV 업계를 매혹시켜온 비결이다. 겉보기에 때로 새침할 정도로 얌전하고 매끄럽지만, 이내 몰아치는 내면의 폭풍우를 비춰 보이는 연기로 2024년 한해 가히 절정의 기량을 뽐낸 앤드류 스캇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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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넷플릭스에 등장한 새 <리플리> 시리즈를 망설임 없이 클릭했던 관객이라면 사실 하이스미스의 팬이기보다 <플리백>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의 스캇을 믿는 소수였을 확률이 크다. 올해 <리플리: 더 시리즈>에서 앤드류 스캇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불안정한 매력을 한층 세련되게 발전시켰다. 앤드류 스캇이라는 배우의 절묘한 본질은 모순의 체화에 있다. 그는 완벽함과 불완전함, 통제와 일탈, 이성과 광기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낯선 차원의 연기를 창조해낸다. 이것이 그를 동시대에 손꼽을 정도의 흥미로운 배우로 만드는 요소다. 뉴욕의 셋방에 살면서 하찮은 사기들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톰 리플리(앤드류 스캇)는 모든 경비가 지불되는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선박회사의 사장 아들인 디키 그린리프(조니 플린)를 데려오라는 일자리를 제안받는다. 스캇은 낯선 사람의 삶 속에 파고들어 자신의 성격과 욕구를 그에 완전히 맞추고 카멜레온처럼 잠복하는 인간을, 캐릭터의 성격보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연기한다. 그동안 하이스미스 소설의 가장 결정적 버전으로 인정받아온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1999)의 장점을 배제하는 선택이다. 맷 데이먼의 프레피족 청년이 공감을 유도했다면, 스캇의 인간형은 보편적 자질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이입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새 리플리가 지닌 공손함에는 약간의 광기가 서려 있고, 자신의 사기 행각에 스스로 중독된 것 같은 도착증적 증상도 심심찮게 비친다. 특유의 냉소적 미소를 보유한 스캇은 삶에 지루해하는 사람을 연기하기에 적역인데, 이는 곧 지켜보는 이들의 불안을 가중하는 요소다. 누아르적 아름다움이 한결 강조된 흑백 화면은 이탈리아의 비포장도로 위에 고인 물웅덩이를 종종 긴요히 바라보는데, 바로 그 위에 찰나의 섬광이 지나칠 때처럼 스캇이 표현하는 모든 뉘앙스는 순간적이고 미묘하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앤드류 스캇의 리플리가 알랭 들롱과 맷 데이먼에 비해 평범하다는 첫인상을 갖고 진입해, 점차 오싹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갈 일이다. 달리 말해 이 배우의 지성을 엿보게 하는 해석은 그가 열어둔 여백에서 찾을 수 있다. 앤드류 스캇은 자신에게 주어진 침묵과 응시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모호하게 활용할 줄 아는 배우다. 그 틈새에는 특권층을 향한 우리의 자연스러운 질투, 환멸, 박탈감이 깃든다. 이는 서서히 비틀린 증오와 분노로 감정을 변주시켜가는 앤드류 스캇의 연기를 따라가는 추동력이 된다. 물론 그는 톰이 디키를 사랑한 것일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혹은 그저 다른 이에게서 언제나 무언가를 빼앗고 싶어 하는 소시오패스일 뿐이라는 가능성 모두 골고루 흩뿌려둔다. <리플리: 더 시리즈>에서 앤드류 스캇은 모든 쪽일 수도 있고 어느 쪽도 아닐 수 있는 존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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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설득력을 지닌 배우라는 사실은 리플리의 현현에서 거슬러 올라가 안톤 체호프의 인물에게도 적용된 바 있다. 웨스트엔드는 앤드류 스캇이 <바냐 아저씨> 속 9개의 배역을 혼자 연기하도록 했다. 연출가 샘 예이츠가 앤드류 스캇이 리허설 중 상대 배역의 대사를 직접 대신하는 것을 보다가 즉흥적으로 낸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2024년 1월 초연한 <바냐 아저씨>에서 그는 주인공과 조연,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노인, 아름답거나 추하다고 일컬어지는 모두를 혼자서 연기했다. 갓 빗은 머리를 단정하게 넘기고, 미소 띤 입꼬리로 희대의 사기꾼과 바냐 아저씨를 오가는 앤드류 스캇을 보고 있자면 그를 우리 시대의 말론 브란도에 비유하고 싶어진다. 물론, 배우가 풍기는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를 하나의 사분면에 위치시켜야 한다면 그의 좌표값은 훨씬 더 리버럴한 위치에 놓일 테지만 말이다.


앤드류 스캇의 대중적 인기는 피비 월러 브리지의 작가적 역량을 입증한 드라마 <플리백> 시즌2(2019)에서 끓는점을 맞이했다. 금욕의 명령 앞에서 주인공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섹시한 성직자였던 앤드류 스캇은 이 표면적 설정을 넘어, 동시대 성직자의 실존적 고뇌를 입체적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스캇의 신부는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습적인 성직자의 이미지를 전복한 설정을 구사한다. 술을 즐기고 욕설을 내뱉으며 때로는 냉소적인 유머도 서슴지 않는 식이다. 그리고 스캇은 표면에서 부각된 세속성 아래에 실은 깊은 영성을 숨겨둔 이의 초연함을 몇번의 눈빛만으로 전달한다. 그의 연기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은 바로 이중성의 절묘한 균형이기도 할 것이다. 신도를 향한 성스러운 사랑과 육체적 욕망. 이 상반된 감정이 반드시 분리될 필요는 없으며, 배우로서는 더더욱 두개의 충돌하는 속성이 서로를 강화시키는 방식의 연기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앤드류 스캇은 <플리백>에서 고유한 몸짓으로 입증했다. <리플리: 더 시리즈> 이전에 그가 보여준 다중적 정체성의 신부는, 불완전함과 취약함의 노출이야말로 캐릭터를 넘어 배우 자신까지 강력하게 만드는 무기임을 알려주었다.


앤드류 스캇은 잘못 그린 선을 절대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다시 새로운 선을 이어나가는 것이 훌륭한 화가라고 가르쳤던 미술 교사 어머니, 두명의 누나, 취업 알선소에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오랫동안 진로를 미술로 희망했다. 흥미롭게도 그로 하여금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하게 만든 작품은 1996년에 아일랜드에서 개봉한 영화 <코리아>다. 195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아일랜드 소년의 이야기였다. 그는 이 영화의 출연을 계기로 보장된 미술 장학금을 포기하고 연극 공부를 시작해 곧 극단에 입단하게 된다. 화가를 꿈꾸던 시절에는 내내 사립 예수회 학교를 다녔는데, 성장과정에서 교리가 아니라 교회의 조직에 크게 실망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2018년에 아일랜드 낙태법 폐지 시위 현장에 나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배우로도 유명하다.



https://naver.me/xl0pbz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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