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 그렇게 베개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면서 잠이 드는데, 하필이면 밤사이에 군불이 꺼져버린거야. 자다가 한기가 든 너는 어쩔 수 없이 내게 꼭 붙어서 잠을 청하겠지?
나는 너와 이렇게 살고싶다. 사는게 뭐 대단할 거 있겠느냐. 보잘것 없는 거 나눠 먹고 형편없는 농에 웃어가면서 비가 오면은 네 머리에 손을 올려 비를 막아주고 네 얼굴에 그늘이 지면은 내가 옆에서 웃게 해주마. 너무 애쓰고 치열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
ㅎ
- 그러고보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도 너가 이렇게 사내로 변복하고 있었지. 패랭모를 쓰고 지두를 팔았다, 완전 엄청난, 폭리를 취해가면서.
- 도련님은 콧물 질질 흘리던 난봉이었고요
- 맞다 난봉이, 그러고 보니까 우리도 꽤나 추억이 많구나. 그날 난 너에게 관자를 주고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눴지.
- 무슨 마음을 나눠요? 기억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 거참 야박하게 그 반가워서 추억 좀 이렇게 더듬어 볼 수도 있지.
- 더듬긴 뭘 더듬습니까?
- 아 알면서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