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의 양철홍,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최영민, <정숙한 세일즈>의 엄대근까지. 배우 김정진은 올해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대중을 만났다. 그는 <씨네21>에서 진행한 ‘2024 올해의 영화 결산’ 신인 남자배우 2위를 차지했다. “김정진은 신인임에도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고(박현주), “올해 출연한 세 작품 모두 장르와 분위기가 달랐지만 자신이 맡은 배역에 무거운 추를 달 줄 아는”(복길) 힘을 지녔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오디션장에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1시간 남짓한 동안 4화의 대본을 읽었다. 15분에 한권씩. 영민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는 날렵한 상상력으로 영민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송연화 감독으로부터 작품을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민이를 직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두 가지 포인트가 보였다. 먼저 어머니에게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채우고 싶어 한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그가 직선적이고 표면적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영민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게 중요한 미션처럼 보였다. 오디션 뒤 송연화 감독님을 매주 만나 영민이의 톤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감독님이 주신 디렉션을 더하니 복잡한 영민이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영민이를 서스펜스를 끌어올리는 인물로서만, 너무 그 기능에 몰입해서만 바라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보다는 그의 결핍에 더 집중했다.” 장태수(한석규)가 최영민을 취조하는 장면에서, 그가 영민에게 가장 민감한 부모에 대한 얘기를 입에 올렸을 때 김정진은 분노하다 저도 모르게 눈물을 보였다. 이 장면은 최종적으로 작품에 쓰이진 않았지만 한 인물의 삶에 그대로 들어간 배우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때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최영민으로서 존재하는 이 시간이 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정말 그랬다. 배우로서 느낀 감정과 인물로서 해내야 하는 역할이 충돌했을 때, 그 순간은 어느 차원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만든 영민이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나왔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최영민이 장태수와의 심리전에서 결코 쉽게 지지 않을 때, 그때 배우 김정진의 진가가 그대로 드러난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베테랑 프로파일러에게도, 전 국민이 알고 친근해하는 대배우에게도 최영민과 김정진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촬영하는 동안 한석규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의지했다. 사실 매일 잘할 수는 없다. 어떤 날은 마음처럼 안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진행이 된다. 하루는 후회와 회의감으로 고통스러워하자 한석규 선배님이 ‘네가 이 일을 30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오늘 하루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 있겠니?’ 하시더라. 그때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연기하는 데 있어 일희일비하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단 것을 되새겼다.”
<소년시대>의 부여농고 패거리의 리더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속 위압감 넘치는 최영민. 여기까지 왔을 때 김정진에겐 특정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 대중은 김정진에게 어떤 일관성을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예측을 가뿐히 밀어낸 게 바로 <정숙한 세일즈>의 엄대근이다. 어리숙하지만 순수한 면모를 간직한 청년. 가족들의 미움과 사랑을 독차지한 원봉약국의 귀여운 꼴통. 이제 막 자기만의 프리즘을 완성한 김정진은 무엇이든 자신의 관점과 이해를 투사할 준비를 마쳤다. 신중하고 진지하다가도 금세 엉뚱해지는 그가 지닌 면모가 이를 증명한다. 한해를 성실함으로 막 내리는 이의 소감은 어떨까. 필모그래피 수확을 뿌듯하게 끝낸 김정진에게 명절날 가족들의 풍경이 조금 달라졌냐고 묻자 허허실실 웃으며 답했다. “얼마… 버냐고 물으시던데요? 가족이니까 할 수 있는 질문!” (좌중 폭소)
FILMOGRAPHY
영화
2022 <크리스마스 캐럴>
드라마
2024 <정숙한 세일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2023 <소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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