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의 대사들은 유독 어렵고,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가장 잘 풀리지 않았던 장면이 있었을까요?
많죠. 찍다가 한번은 독감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어서, 대사를 못할 정도로 기침이 계속 나온 적이 있는데, 어찌저찌 회복이 다 되고 나서 촬영을 했던 게 “나 당신이랑 자고 싶은 것 같아요” 씬이었어요. 그래서 약간 코맹맹이 소리가 남아 있는데, 그 신이 어려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간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의 고백이어서 정말 고민했어요.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제가 그 대사를 하고 나서 현진 씨가 원래 본인이 생각했던 리액션을 할 수가 없었대요. 인지의 기조라면, 더 매뉴얼대로 건조하게 했었어야 했는데 현진 씨가 실제 대본보다 조금 풀었어요. 현진 씨가 자기가 생각했던 인지의 반응은 이랬는데, 제가 이렇게 연기를 할 줄 몰랐다는 거예요. 그런데 현진 씨가 감독님에게 “정원이 그런 눈으로 이렇게 얘기하면, 저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는데, 저는 여전히 그 씬이 좀 그런데, 그때 현진 씨의 말이 힘이 됐어요.
정원이가 이런 눈빛으로 봐서 인지의 마음이 풀릴 수 밖에 없었을거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과몰입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