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은 '기억'이란 단어를 대사 속에서 여러 번 반복한다. 먼저 떠난 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책임은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바쳐 조국의 해방을 위해 투신한다. 하지만 죽은 자를 기억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이 일본의 역사로 남아 있게 된다면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 먼저 떠난 동지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사를 치러야 한다는 단단한 결의, 비겁할지라도 내 존재를 후대에 기억시키기 위해서 변절도 허락되어야 한다는 비겁함까지, 수많은 감정과 판단들이 충돌하고 결합하는 과정 속에서야 비로소 기억이란 행위는 가능할 수 있다. 한강 작가 또한 과거와 현재를,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 짓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음을 소감문 속에서 토로한 바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의 몫으로 남겨진 '기억'을 절대 쉽고 단순한 행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얼빈>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투사들의 선택이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것이 아닌, 함께 싸우다 먼저 떠난 자들을 위한 것임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내가 좋았던 부분 짚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