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가 이미 죽음의 게임을 알 때 어떻게 행동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성숙한 답변이다. 지난 게임의 우승자인 성기훈이 다른 참가자들의 생존을 돕는다는 설정 자체는 예측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성기훈과 같은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참가자들의 태도를 전반적으로 바꾸어놓는다는 점이 시즌2의 진정한 변화다. 다시 반복되는 첫 관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팔로 입을 가린 기훈이 “얼음!”을 외치며 참가자들을 호령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몸집이 큰 순서대로 서로의 앞을 막아주는 기차놀이 대형을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소개되는 이 시퀀스는 시즌2가 지향하는 바를 일찌감치 상징적으로 알린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독려하는 인물들의 잠재적 역량과 협동심에 보다 초점을 맞춘 시즌2는 자본주의에 감염된 인간의 타락한 면모를 위악적으로 들추는 일에만 골몰하지 않고 극한상황 속에서 인간적 감정이 어떻게, 얼마나 발현되는지 침착히 탐구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게임들 역시 이에 복무한다. 5인조로 팀을 구성해 한 사람씩 딱지치기-비석차기-공기놀이-팽이돌리기-제기차기를 완수해서 제한 시간 내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게임, 동요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인원수대로 짝짓는 게임 등 반드시 ‘함께’ 살아남아야만 하는 딜레마가 더욱 커졌다.
피는 더 많이 흘리지만, 블랙코미디적 색채도 더욱 짙어졌다. 게임 장면의 클라이맥스에서 음악이 전면에 나서는 몇몇 몽타주 시퀀스는 한층 역동적이고 아이러니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본게임 이후 게임의 속행과 중단을 가르는 OX 투표가 이어지는 서사의 패턴이 굳어질 무렵엔 기훈과 일당이 숙소를 탈출해 수뇌부의 첨탑으로 향한다. 서바이벌에 순응하길 멈추고 시스템을 공격하는 시즌2 후반부의 전개는 액션 장르로의 전환을 통한 환기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동시에, 작품의 궁극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일조한다. 요컨대 이는 이미 456억원을 손에 쥐어본 주인공의 내면이 재편되면서 시리즈의 방향성도 미묘하게 달라진 결과다. 상금보다는 생존이, 자신의 생존만큼 타인의 생명이 중요해진 사람의 세계에서는 ‘쓸모없는 존재’들이 서로의 쓸모를 발견하는 뭉클한 연결이 일어난다. 전세계의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흡수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말초적인 자극과 신파의 전략적 축소라는 현명한 목표에 도달한 듯싶다.
동일한 컨셉에서 주제의 예각을 한층 첨예하게 세워나가는 작가적 시도로서도 성공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힘입은 지난 시즌이 성취했던 전례 없는 파급력을 시즌2가 경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이 감정과 장면의 활력, 자본주의 서바이벌 우화의 기능에서 진일보한 것만은 분명하다. 넷플릭스 속편들의 연이은 부진으로 많은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았던 황동혁 감독이 두 번째 게임의 묘수만큼은 확실히 고안해냈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6682
이 리뷰 읽으니까 5인6각 게임 연출이 그랬는지 성기훈이 왜그렇게 무모한 일을 벌린건지 좀 이해됨
시즌3로 안나눠지고 쭉 나왔으면 더 좋았을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