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연찮게 안중근 장군의 자서전을 읽게 됐다. 거사를 치를 때 그분의 나이가 30세였는데 그분의 시작은 내가 아는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실패자였다. 그분이 실패를 딛고 하얼빈으로 가기까지 여정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영화에 '절대 포기하지 말고 1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끝까지 가야 한다'는 내레이션이 있다. 실제 그분이 한 말씀인데 제 삶에 큰 위로가 됐다. 많은 관객이 함께 힘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그때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하얼빈'의 대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작자인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에게 감독을 구했는지 물어보니 '아직 못 구했다'고 했다. 안중근의 영화를 누가 하려고 하겠나. 그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니 케이퍼무비(여러 캐릭터가 등장해 무언가를 훔쳐내는 이야기)에 가까운 오락영화였다. 김 대표에게 '안중근 장군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다면 연출을 하겠다'고 해 시작하게 됐다."
▲안중근 의사의 존재감이나 상징성 때문에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시나리오가 잘 풀리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때 아내가 '좀 쉬면서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소설을 통해서 독립군이 활약하는 모습을 읽으며 '우리 민족의 생명성은 모질구나, 짓밟히고 또 짓밟히고 또 짓밟혀도 꺾이지 않는구나'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독립군의 이야기로 시나리오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근데 이 방향성에 맘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