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하얼빈' 속 안중근에게 가장 깊이 느낀 것은 두려움이었고, 죄책감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이 가장 진하게 느껴진 장면이 최재형(유재명)과 독방에서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그때의 고민도 궁금하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 중 하나예요. 그 장면이 안중근 장군님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안중근 장군은 포용력이나 앞으로 담대하게 나아가는 모습이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는 어떻게 보면 초라한 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그 공간에 혼자 먼저 가서 되게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이 공간의 공기나 에너지를 느끼려고요. 특히, 그 촬영을 앞두고는 정말 그 공간에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그리고 제 나름대로 아이디어도 조금 낸 부분이 있어요. 원래 그 공간에 의자가 하나 있었어요. 그 의자에 안중근 장군님이 앉아계시고, 최재형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런데 '의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창가 빛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요. 신아산 전투 때도 그렇고, 결과적으로는 실패의 연속을 계속 보여주고 있거든요. 자신의 결정 때문에 동지들이 희생을 당하기도 했고요. 어디 들어가서 숨고 싶고, 좌절하고, 자책하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빛이 없는 저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있으면 어떨까요?'라고 여쭤봤더니, 우민호 감독님께서도, 홍경표 촬영 감독님께서도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흔쾌히 동의해주셔서, 그렇게 시작이 됐죠."
구석진 바닥이어서 오롯이 그 감정을 다 느낄수 있었는데 현빈 아이디어였다니 연구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