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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졸업 [씨네21/특집] 2024 올해의 시리즈 여자배우 - '졸업' 정려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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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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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시리즈 부문 올해의 여자배우로 “<졸업>의 히로인”(조현나) 정려원이 선정됐다. 대치동 스타 강사 서혜진으로 분한 그는 “험악한 상황을 경험하고도 강의실 문을 열 때는 한껏 미소 짓는 ‘프로’의 얼굴과 고단한 30대 여성 직장인의 얼굴”(오수경)을 고루 보여주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작품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그 지점을 향해 넓게 움직이며 달려”(복길)가는 배우임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증명해냈다. 그가 “주저하지 않고 전력질주하는 자세로 연기” (김현수)했기 때문에 <졸업>은 “자기 캐릭터를 온몸으로 통과해낸 ‘인간 정려원’의 순도 높은 사랑과 숙련된 베테랑 ‘배우 정려원’의 밀도 높은 테크닉이 만들어낸 눈부신 랑데부”(진명현)를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기쁜 소식을 전하며 정려원에게 <졸업>의 명장면에 대해 세세히 물었다. 일찍이 <졸업>을 자신의 분기점이라고 말해왔던 그는 여전히 현장의 순간과 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풀어낼 줄 알았다.



- ‘올해의 여자배우’ 선정에 앞서 제29회 소비자의 날 KCA 문화연예 시상식에선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배우상을, 제15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선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졸업>의 꽃다발을 여러 차례 받고 있는 올해를 돌아본다면.
= 열심히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는 한해였다. 올해 초 <졸업> 촬영을 끝냈다. 활자가 가득한 대본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건 나니까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자신에게 말해주면서 최선을 다했다. 연말에 찾아온 수상 결과가 많은 분이 우리 드라마를 좋아해주시고 기억해주신다는 의미 같아서 위안이 되고 감사하다.



- <졸업>의 뛰어난 장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혹시 ‘신명이 난다’를 아직 기억하나.
= 물론이다. (웃음)



- 1화에서 혜진은 ‘신명이 난다’의 표현법을 찾는 찬영고 국어 시험에서 기존 역설법뿐만 아니라 반어법까지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 위해 표상섭(김송일) 선생님을 찾아간다. 바랐던 ‘건전한 토의’는 어그러지고 교무실 밖을 나온 혜진은 벽을 짚고 걸어야 할 만큼 기진맥진한다. 서혜진이라는 인물의 강한 면과 약한 면을 초장에 한 에피소드로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 원래는 ‘신명이 난다’가 아니었다. 찍기 2주 전쯤 의견이 반반으로 확실히 가릴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신명이 난다’로 바뀐 거였다. 입에 이미 붙은 대사를 버리고 새로 외우느라 고생을 좀 했다. 이 신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내가 잘해야 하는 신이라는 걸 직감했다. 결판이 나는 승부처랄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우리 드라마에서 시청자를 잡아둘 수 있는 지점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판석 감독님이 워낙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시는 분이라 퍼포먼스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시청자와 연출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연기란 무엇일지 고민이 깊었다.



- 후반부에서 혜진은 학원강사가 된 상섭과 재회한다. 상섭의 무료 강의를 맨 뒷자리에 앉아 지켜보는 혜진의 머릿속엔 많은 생각이 떠다니는 듯했다.
= 사실 촬영 순서상 이 신이 있는 12화를 먼저 찍고 앞서 말한 교무실 신이 있는 1화를 찍었다. 아마 강의 신이 김송일 배우의 첫 신이었을 텐데 보면서 압도됐었다. 존재 자체가 선생님인 저분과 연기하려면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집에 가서 연습하고 싶었다. 이렇게 긴 강의 신을 포함해 <졸업>의 거의 모든 신은 한번에 쭉 갔다. 감독님이 신 안에 담긴 공기가 바뀌는 걸 원치 않으셨다. 후시녹음도 당연히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배우에게 주어진 기회는 한번뿐, 모두가 초집중 상태로 임했다.



- 시우 학생(차강윤)에게 박완서 작가의 <카메라와 워커>를 가르치는 일대일 무료 강의 장면은 혜진에게 가르치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안겨준 중요한 신이다. 다시금 보면서 혜진이 한강 작가의 작품은 어떻게 설명했을지를 생각했다.
=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으셨다는 소식에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나라면 학생들에게 작가님의 작품을 먼저 읽어오라고 한 뒤 한 문장, 한 챕터씩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었을 것 같다. 이 신은 새벽 4시쯤 찍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대였는데 앞에서 차강윤 배우가 수업을 경청하는 모범생의 눈빛으로 날 바라봐준 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혜진이 처음으로 그 큰 강당에서 마이크 없이 강의하는 신이라 느낌이 남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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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을 함께 키워온 혜진과 김현탁 원장(김종태)과의 관계에 관해 얘기할 기회는 비교적 적었을 것 같다. 6화 옛 단골 식당 신에서 혜진은 신뢰를 깨뜨린 원장에게 “사과는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니죠”라며 화를 낸다. 늘 일정 속도를 달리는 혜진이 이렇게 돌진할 때마다 캐릭터의 매력이 배가됐다.

= 이 신이 긴 대사 전문인 혜진의 시작점이었다. 이 신을 찍으면서 편안해졌다. ‘나, 할 수 있구나, 한번에 갈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동시에 걱정도 들었다. 안 감독님 촬영장의 장점이기도 한데 자꾸 내 모습이 나오는 거다. “사과는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니죠!”라고 내뱉는데 억울함을 참지 못하는 감정형 정려원이 섞여 들여가서 이게 혜진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혜진과 원탁은 진짜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 삿대질하면서 격앙된 채로 싸우는 게 맞다. 그리고 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연기에 담아도 된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에 확신을 얻고 용기를 냈다. 그래서 <졸업>은 본연의 내가 가장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 읽는 방법부터 가르치겠다는 준호(위하준)와 현실을 자각하라는 혜진의 11화 대치 장면은 이른바 ‘8분 롱테이크 싸움 신’으로 회자되는 <졸업>의 대표 장면이다. “언제까지 얘들 필기나 대신해줄 거냐”는 준호의 말은 혜진이 애써 외면하던 생각들이라 혜진에게 비수처럼 꽂혔을 것 같다.
= 과거 자신의 모습이 엿보이는 준호를 보면서 혜진이 일종의 거울 치료를 당하는 장면이다. 교육의 본질을 입에 올리는 준호가 처음에는 이상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을 가지고 곱씹다보면 준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사실 우리 모두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무엇이 옳은지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이 신에서는 아무도 긴장을 하지 않았다. 옆구리를 찌르면 대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외워갔다. 위하준 배우가 철없는 멜로 남자주인공으로 보이는 것에 개의치 않고 핏대를 세워가며 연기해줬다. 덕분에 모든 감정을 다 쏟아낼 수 있었다. 마지막쯤에 “따라오면 죽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실제로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 마지막 화는 강의실에서 준호가 프러포즈를 하고 그걸 수락하는 혜진의 모습으로 끝난다. 실제로도 마지막 촬영이었을까. 어쩐지 많이 울었을 것 같다.
= 그다음 날 찍은, 15화에서 혜진이 준호에게 “이제 주세요. 빛나는 졸업장을”이라는 말을 듣는 신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너무 아쉬워서 울었다. 안 감독님이 진짜 빠르셔서 16부작을 4개월 반에 찍으셨다. 나는 이 따뜻한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다. (웃음) 서혜진으로 사는 동안 인물이 단면적이지 않아서 참 좋았다. 감독님의 인물은 추잡한 모습까지 다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캐릭터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엔딩에서 누구보다 계획형인 혜진이 갑작스럽게 반지 케이스를 열어 보이는 준호에게 망설임 없이 손을 내민다. 흘러가는 대로 또 따라가는 것이 혜진인 것이다.



https://naver.me/FtThX2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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