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부녀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는 듯한 집요한 시나리오와 치밀한 시각화. 월등한 완성도.”(김혜리) “연출, 각본, 촬영, 음향, 연기 모든 부문에서 2024년 한국 드라마의 가장 빛나는 성취.”(복길) “다소 느린 전개와 반복되는 반전 구도를 상쇄시킬 정도로 세밀한 연출력, 완성도 높으면서 클린한 미장센, 어긋난 진심을 파고드는 각본의 힘이 강력했던 올해의 숨은 보석.”(김소미) 송연화 감독의 미니시리즈 연출 데뷔작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올해의 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미디어가 보통 사이코패스를 그려내는 방식에서 쌓이는 편견을 캐릭터에 넣고 그 자체가 스릴러의 동력이 되는”(박현주) 플롯이 영리했던 작품이다. “즉, 극 중 캐릭터가 가진 의심과 시청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선입관이 공유되면서 일반적인 살인 스릴러로 멈출 수 있었던 작품을 풍부하게 이끌어냈다.”(박현주) 그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신뢰 문제”(조현나)를 드러내고 더 나아가 “보호자 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선택권도 어른보다 현저히 적은 청소년의 입장과 어려움”(이자연)을 조명하는 성취를 이뤘다. 이처럼 “어른들의 미안한 마음을 녹여낸 아빠와 딸의 관계는 시류에 잘 맞는 소재로,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에도 성공”(김현수)했다. 장태수(한석규)와 그의 딸 장하빈(채원빈) 사이의 진실 공방 외에도 “가족, 성인과 미성년자 등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펼쳐졌다”(이자연)는 평가다. 그 결과 드라마는 “‘악을 규정하고 범죄를 심판하는’ 행위를 오락화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위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슬픈 고통이라는 사실을 상기키며 ‘믿음’과 ‘의심’, ‘기대’와 ‘실망’ 사이에 갇힌 이들이 헤매는 지옥을 치밀하게 구현”(복길)한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신인 연출자 송연화의 발견이기도 하다. “내적인 의식을 외적인 미장센으로 승화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연출”(박현주)은 “영화미학에 도달하려는 야심”(김성찬)은 물론 “이야기에도 잘 밀착해 시청자를 작품에 호응하게 만드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복길)했다. 특히 “완만한 어둠으로 표현할 만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등장인물 장하빈이 지닌 날카롭고 저돌적인 면모의 결합”(김성찬)은 이 작품을 대표하는 심상이 될 것이다. “정교하게 조정된 연기, 세트, 촬영을 갖춘 숭고하게 통제된 스릴러물”(피어스 콘란)은 “몇 시간 동안 자신을 잃고 몰입”(피어스 콘란)하기에 충분하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묘사만으로도 얼마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증명한 작품”(김선영)이다.
2위 <LTNS>
“인디 영화계에서 온 사랑스러운 콤비”(피어스 콘란)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 함께 쓰고 함께 연출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가 2위를 차지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청년, 가난, 소수자를 탐구해왔던 두 연출가는 성적 욕망의 좌절을 청년과 도시의 문제로 훌륭하게 연결”(복길)하며 “동시대성 짙은 소재들을 유구한 테마 아래 감칠맛 나게”(남선우) 버무렸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불륜, 특히 남편의 외도는 악으로 규정되고 “여자주인공의 분노를 자극하거나 복수의 발단으로 사용”(이자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LTNS>는 “배우자의 불륜으로 처절해진 인물의 심리를 집 안에서 비가 내리는 연출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미·비혼 시청자가 기혼자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이자연) 접근한다. 클리셰와 자극성을 걷어내고 작품이 집중하는 것은 “‘불륜’이라는 이름의 관계적 문제”(이자연)다. 드라마는 “연령, 성별 등을 거뜬히 뛰어넘는 다양한 조합을 통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이자연) 고찰한다. 이는 배우자의 불륜을 사건의 발단으로 삼던 기존 한국 드라마에 없던 새로운 성취다. 더 나아가 “돈이 없는 것은 나쁜가? 불륜은 나쁜가? 그렇다면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버는 것은 나쁜가?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없는 일상의 영역으로 유쾌하게 질주”(복길)하는 작품은 “현대의 관계를 탐구하는 블랙코미디”(피어스 콘란)로서 꽤 성공적인 위치를 점한다. 장르적으로는 “범죄와 섹스의 (아마도) 유일한 공통점일 ‘서스펜스’를 냉소하고 동정하는 기발한 각본”(정재현)으로 신선한 작법을 취하며 “묘하게 필름누아르적인 구석마저”(정재현) 풍긴다.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듀엣, “경지에 오른 안재홍과 경계를 허문 이솜”(남선우)의 뛰어난 앙상블은 <LTNS>의 도전적인 실험을 성립케 한다. 그렇게 <LTNS>는 “하우스푸어 부부의 불륜 타도 사기극이라는 발칙한 컨셉”(김소미)을 넘어 “날카롭고도 농염한 서울판 <결혼 이야기>”(남선우)로서 “감정의 끓는점에 가닿는 힘”(김소미)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무엇보다 <LTNS>는 “비공중파 플랫폼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한 소재와 연출”(김혜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선도 높은 도발과 밀도 높은 순발력으로 만들어낸 쾌속과 쾌감의 미드나이트 드라이브” (진명현)를 선보인 이 작품은 지금 OTT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선명한 내비게이션이라 할 수 있다.
3위 <졸업>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 바로 클래식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이 아주 간혹 있다. 이 작품이 그렇다.”(진명현) 3위 <졸업>은 “멜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문제의 근원인 학교와 학원간의 첨예한 충돌, 그 안에서 폭발하는 욕망 그리고 인간의 위선을 너무나도 잘 그려낸 수작”(오진우)이다. “로맨스로 마케팅했지만 실은 사회고발에 가까운”(김송희) 이 작품은 “안판석 감독의 특기인 사회적 통념과 가부장적 세계관의 모순, 계급사회의 욕망과 위선 등이 복잡하게 얽힌 미묘한 세계를 놓치지 않고 담았” (오수경)다. 하지만 <졸업>은 현대사회를 쉽게 냉소하거나 로맨스의 본분을 놓치지 않기에 더 성숙한 드라마다. “올해 가장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한 드라마”(김현수)인 <졸업>이 성취하는 사실성에는 낭만이 있다. “경쟁이 일상이 된 계급사회에서 바보처럼 한 인간의 성장에 지극히 관심을 갖고 헌신하는 학원강사들, 권위를 앞세워 정답을 강요하고 ‘꿈’을 ‘내신등급’으로 정하는 낡은 교육 방식이 아닌 ‘지문 바깥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세계관”(오수경)은 “교사가 누군가를 가르치려들기보다는 자신들 역시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감동”(김송희)을 주며 지금 한국 사회의 작동 방식과는 반대의 측면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더불어 “학생과 교사 모두 ‘어른’으로서의 성숙을 원하면서도 성적제일주의에 매몰되어버린 한국 사회 교육 전반의 갈증을 문학에 대한 순수한 동경으로 해소하고 그것을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해설”(복길)하며 로맨스를 전개한다. 여기서 <졸업>의 멜로는 “대치동 학원가의 현실적인 풍경을 관계에 투영해 사랑이 다른 사회적 개념들을 모두 돌파해내는 전능한 개념이 아님을 역설하며 시청자들을 ‘로맨스’ 장르의 더 깊은 차원으로 이끌어내는”(복길) 조금 다른 길을 간다. 이는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짧게 재구성된 클립으로 멜로드라마를 소비하는 시대의 과감한 결단이다. 그럼에도 <졸업>이 유의미한 시청층을 붙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역시나 안판석 감독의 연출력에 있다. “배우의 감정 전달을 극대화하는 음악과 편집 방식에 매번 반응하게 만드는”(김현수) 안판석 감독은 “16부작 드라마의 템포와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는” (김현수) 장인이다. “16부작의 호흡으로 차곡차곡 빌드업되는 이야기, 자기 서사를 부여받은 주변 인물들, 시대가 반영된 문학적인 대사,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제거되지 않은 풍경 스케치까지, ‘드라마’를 봤다는 느낌을 제대로 안겨준 작품이었다.”(이유채)
4위 <대도시의 사랑법>
4위 <대도시의 사랑법>은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4인의 감독이 각자의 스타일로 총 8개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작품이다. “수년간에 달하는 한 인물의 애정사를 네명의 연출자가 다룬 덕에 각각의 관계를 충분히 다른 맛으로 음미할 수 있었고”(남선우) “회차별로 변주를 주며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김현수)는 점에서 성공적인 기획이었다. 원작 소설의 한 에피소드를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구성은 “회를 거듭할수록 무르익는 서정,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배우의 표현력에 감응하며”(남선우) 작품에 더없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 청년들의 연애와 삶을 긴 호흡으로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기념할 만”(김혜리)하지만 “퀴어 장르에 대한 감독, 배우 등 제작진의 이해도와 태도가 소설 원작과 시너지를 낸 완성도 높은 트렌디 드라마”(김소미)로 그 이상의 성취를 이루어냈다. “대도시 퀴어 예술가의 스페셜한 이야기가 아닌 그저 보통의 사랑 이야기로 푼”(이유채) 접근이 “더없이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진명현)의 결을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그렇게 <대도시의 사랑법>은 “온전한 성장과 사랑이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불가능한 꿈을 가장 ‘일상의 온도’에 가깝게 그려낸 청춘드라마”(김선영)로 남았다.
5위 <소년시대>
“1980년대 충청도를 배경으로 소년들의 폭력의 역사를 코미디 장르로 그린”(김송희)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가 5위에 올랐다. 학교폭력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며 코미디와 액션을 모두 잡는 데 성공한 수작이다. 초반부는 싸움 최약체 장병태(임시완)가 전학을 오면서 전설의 싸움꾼 정경태(이시우)로 오인되며 생기는 코믹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한다.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내레이션 등 다양한 장치를 유연하게 활용하며 실패율 높은 코미디 드라마의 웃음 타율을 안정적으로 성취”(이자연)했다. 동시에 “남자고등학생들의 권력구조 안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는”(김송희) 세팅을 마련한다. 여기엔 “이제 30대임에도 10대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낸 임시완의 열연”(김송희)과 “조연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캐릭터 빌딩”(김송희)의 힘이 컸다. 또한 “지방과 사투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지워버리고 친숙함과 정겨움을 키운”(이자연) 이명우 감독의 노련한 연출은 “충청도의 지역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이자연).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폭력 그 자체를 진지하게 고찰”(김송희)하는 태도가 소재를 대하는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올드미디어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뉴미디어는 장인의 노련함을 신뢰할 때 빛을 발하는 작품이 탄생한 해였다. 이는 스타 창작자에 기대기보다 기획의 힘이 중요해지는 최근 드라마 업계의 추세와도 연관 있다. 1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드라마 명가로 오랫동안 명성을 얻은 MBC의 2021년 극본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2022년 <씨네21> 올해의 시리즈 9위에 오른 4부작 <멧돼지사냥>의 송연화 감독이 연출한 첫 미니시리즈이기도 하다. 2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독립영화계에서 온 차세대 감독,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협업해 불륜 소재의 독창적인 블랙코미디를 탄생시켰다. 3위 tvN <졸업>은 안판석 감독의 구력이 CJ ENM 신인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 오펜(O’PEN) 출신 박경화 작가의 가능성을 만난 작품이며, 4위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명의 원작을 쓴 박상영 작가가 직접 참여한 대본을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등 4인의 신구 영화감독이 각기 재해석했다. 5위 <소년시대>는 2000년 SBS 입사 이래 꾸준히 드라마를 연출해온 이명우 감독과 <고령화 가족>의 김재환 작가가 쿠팡플레이에서 조우한 작품이다.
6위 <좋거나 나쁜 동재>는 “정의롭지 않고, 기회주의적이며, 신념이나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안위가 우선인 검사 서동재를 내세워 주인공이 정의롭고 선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방지턱을 넘는다”(복길). 한국 최초의 스핀오프 드라마로서 “<비밀의 숲> 시리즈에서 단편적이었던 서동재에게 입체성을 부각하며 스토리라인을 훨씬 풍부하게”(이자연) 만들며 “유쾌한 배반과 확장”(김소미)을 알리고 “다른 인기 IP의 콘텐츠 다변화, 세계관 확장”까지 기대케 했다.
<밤에 피는 꽃>과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나란히 공동 7위에 올랐다. <밤에 피는 꽃>은 “퓨전 사극의 오락성을 극대화하며 남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박현주). “아이코닉한 설정, 막힘 없는 전개로 완성된 산뜻한 여성 액션”(남선우)으로서 “유교의 폐단과 악습이 낳은 가부장 괴물을 처단”(정재현)하는 서사가 “현재에 대입해봐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가부장제와 여성 핍박의 역사를 조선시대로 돌아가 통쾌하게 그려낸”(김송희) 작품이다. “올해 가장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정재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리더십 있는 연출과 촘촘한 대본 그리고 김윤석, 고민시, 이정은의 완급 조절이 살아 있는 연기”(이유채)가 조화로웠던 작품이다. “매치컷과 트릭에 기반한 편집 스타일과 친숙한 서사가 공존하는데, 거기서 불거지는 아슬아슬함”(김성찬)이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무엇보다 “올해의 캐릭터”(이우빈)를 다수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이어서 “한국의 척박한 액션 드라마 장르에 한획을 긋는 매력적인 액션 쇼케이스”(김선영) <킬러들의 쇼핑몰>이 8위를 차지했다. “각양각색의 무기, 킬러들의 캐릭터, 장소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계속 바뀌면서 한시도 지루할 틈 없는 액션의 재미를 선사”(김선영)한 작품이다.
9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독일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각색해 “한국인 커뮤니티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파고들며 로컬라이징에 성공”(복길)했다. 무고한 이를 범죄자로 만드는 서사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혐오 범죄를 비롯한 가부장 가족 체계의 부정적인 단면을 레퍼런스 삼아 먼 나라의 이야기 ‘한국화’에 성공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오수경). 10위는 <선재 업고 튀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나란히 올랐다. <선재 업고 튀어>는 “전형적인 회귀형 웹소설을 바탕으로 팬과 아티스트와의 관계 그리고 운명적 첫사랑과의 관계를 각각 잘 그려내면서 복잡한 타임슬립의 플롯을 큰 의문 없이 받아들이게 한 각본”(박현주)이 매끄러웠던 작품이다. “불쌍한 영혼들의 ‘최후의 선의’로 가득한”(정재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구원하고자 애쓰는 존재라고 알려주는 ‘무해한’ 드라마”(오수경)다.
과소평가 시리즈로는 <정숙한 세일즈>가 꼽혔다. 영국 시리즈 <브리프 엔카운터스>를 각색해 “섹스를 고립시키지 않고 다른 권력, 문화와 연결시켜 재미있게 풀어낸”(김혜리) 이 작품은 “급진적이면서 사랑스럽고, 발랄하게 폐부를 찌른다”(남선우). “무자녀 기혼여성, 이혼한 여성, 비혼모가 모여 90년대 초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성인용품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작품은 ‘시대극’이라는 설정을 통해 불필요한 트집들을 피하고, 통속적인 줄거리 곳곳에 시대를 초월한 페미니즘 어젠다를 배치해 여성들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주었다.”(복길) 과대평가 시리즈는 “K드라마의 클리셰를 총동원한 과잉 진료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김선영) 같다는 평을 받은 <눈물의 여왕>이다. “계급과 지위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복길)하는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가 특히 이번 작품에서 “빈약한 서사와 사회적 고찰이 전혀 깃들지 않은 전개”(박현주)를 보여주며 “코미디를 만지는 솜씨가 현저히 하락”(진명현)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선정 대상 기간 내 케이블, IPTV, 스트리밍서비스에서 최초 공개된 작품(한국 플랫폼 공개일 기준, 한국 프리미어) 중 최고의 해외 시리즈는 <베이비 레인디어>가 선정됐다. “스토킹 피해자의 시점에서 해부하는 자기혐오의 작동원리”(남선우)를 보여준 이 작품은 “이야기의 파편들이 살갗에 들러붙은 듯한 경험을 하게 한 잊기 어려운 강도와 자극”(진명현)을 남겼다. <베이비 레인디어>의 제작, 각본, 주연을 맡으며 올해 에미상 3관왕을 수상한 리처드 개드는 올해의 해외 시리즈 인물로도 호명됐다. “스토킹과 성폭력과 같은 경험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의 감정적인 트라우마를 당사자적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이를 직접 전달하기보다는 극적 구성을 통해 보편화”(박현주)한 그는 “그 시절을 지독하리만치 집요하게 회고해낸 용기”(남선우)를 보여줬다. “단연 올해의 올라운더”(김선영)다.
2025년 기대작은 “강동원과 전지현, 김희원 감독과 정서경 작가”(이자연)가 조우한 첩보물 <북극성>이다.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두 배우의 실루엣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 탄생할지 기대”(이유채)를 모으는 가운데, “정서경 작가가 쓴 대본의 여성 대통령을 배우 김해숙이 연기하면 어떨지”(최지은) 궁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외 장르물을 섭렵했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남선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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