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통이 좋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도 사실은 엄청난 세계관 자체를 버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물건 하나, 음식 하나하나에 신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어디 또 있겠어요. 생명으로서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신을 그만큼 받들면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비인간적일 수 있겠습니까.”
- 책 『만신 김금화』중에서
먼 오래 전 이 땅의 사람들은 바위 하나, 나무 하나, 작은 동물 하나에도 신성이
깃들어 있다 여기며 함부로 하지 않았다.
모든 만물 중 인간만이 가장 우월한 존재라며 오만하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작은 사물 하나도 함부로 꺾거나 부수지 않았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또 존중했던 것이다.
과학의 권능만이 떠받들어지는 지금으로선, 먼 꿈결처럼 느껴지는 전설 속의 이야기 같다.
더 많이 가지겠다는 오만방자한 인간의 욕망으로 생태계가 처참히 망가지고
이대로 모두 공멸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닐까 절망스러운 시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망가뜨린 이 땅 위에서,
결국 희망 역시 다시 인간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해지는 것이 인간이지만,
타인을 위해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내어주는 것 또한 인간이니 말이다.
이 드라마는,
야사 속 각종 귀신들이 등장하는 퇴마 이야기인 동시에,
용이 되지 못한 악신 강철이와 무녀 여리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또한,
인간을 끔찍이 증오하던 이무기 강철이가
끝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무녀와
비극적인 가족사 속에서도 초인적인 노력으로 오직 백성들을 위하는 왕의 삶에
감동 받아 스스로 인간들을 구해내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결국,
다시 인간에게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