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망한집 외동아들(ft,송중기)
대략 난감이다. 도무지 기획 의도를 알 수 없다. 설계 자체가 엉성하고 매력이 없다. 내내 요란한데 놀라울 정도로 밋밋하다. 송중기의 아싸라비아 3단 변신에도 그저 무미건조한, 망한집 외동아들의 올드한 성공기, ‘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다.
1997년, IMF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국희(송중기)와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국희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병장(권해효) 밑에서 일을 시작해 일찌감치 그의 눈에 띈다. 무능력한 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 사이에서 오로지 스스로 살아 남아야 하는 국희는 박병장의 테스트로 의류 밀수 현장에 가담하게 되고, 목숨을 건 과감한 행동으로 이를 통과한다.그리고 이 모습은 브로커인 수영(이희준)의 뇌리에도 강하게 남는다. 야망가 수영은 남다른 국희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고, 이를 눈치 챈 박병장 또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국희를 또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
이 갈림길에서 본인의 선택으로 보고타 한인 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확신한 국희는 점점 더 과감해지며 더 큰 성공을 열망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청년은 어느 새 욕망으로 가득찬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작은 공동체 안에 갇혀 끊임없는 내란을 겪는다.
송중기는 19세 소년부터 낯선 땅에 적응하고 점점 욕망을 키우는 20대 청년, 한인상인회 회장을 맡고 권력의 맛을 본 30대 성인의 모습까지 소화한다. 그의 연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새롭지도 않다. 그동안 타이틀 롤(‘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보여준 파편들이 스쳐가거나 혹은 (짜깁기로) 이어붙는다. 특별할 게 없이, ‘또...!’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흑화’ 또는 ‘치명적임’에 대한 집착이 느껴질 정도다.
베테랑 배우 권해효, 김종수, 박지환, 이희준, 조현철 등이 가세해 에너지를 보태지만 애초에 그릇 자체가 부실하니 제대로 담길리가 없다. 앞서 ‘수리남’ ‘카지노’ 등 촘촘한 연대기 느와르를 봐온 탓인지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돈이면 다 되는 ‘기회의 땅’이란 배경도, 한인 사회의 알력 다툼, 이방인의 파란만장 생존기 등 모두 봐왔던 것들 뿐이다. 무엇보다 그 전개는 타임슬립 수준으로 훅 훅 널뛰는데 개연성이 없으니 박진감도 긴장감도 없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도 이보다 더 밍밍할 순 없다.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같은 철지난 속어만 외쳐대니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배우들의 아우라에 기대 강렬한 캐릭터들이 저마다 뜨겁게 불을 붙이지만 끝내 타오르질 못한다. 얼히고설킨 관계에서 그럴듯한 분위기만 흉내낼뿐 벗겨내니 온통 맹탕이다. 끊임없이 멋을 내도 때깔이 안 산다. 안타깝게도 무너진 내러티브를 살릴 구원투수는 없다.
개성도 업그레이드 된 무기도 패기도 없이, 납득 불가 ‘믿지마 살인’만 반복된다. 이마저도 예측 가능하다. 가뜩이나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에 압도되는 상황에서 전혀 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추신, 극장 생존이 더 어려울 것 같아
12월 31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09/0005416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