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기 전까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류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보다 훨씬 탄탄하고 촘촘한 드라마가 주가 되는 영화였다.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19살의 청년이 어떤 일을 겪으며 독기를 품게 되는지, 주변 사람들은 다들 어떤 목적과 관계를 가지며 서로를 대하는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과 과정은 어떠했는지가 담담한 내레이션과 짙은 표정의 감정 연기, 때로는 오금이 저린 액션으로 펼쳐진다.
남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 현지의 화려한 색감만으로도 그림은 풍부해지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짙은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노랑, 초록, 핑크 등 주변 컬러가 화려할수록 인물들의 감정은 깊어지고 서로의 눈치를 보거나 계략을 세우는 눈빛만 하얗게 빛난다. 이런 재미는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더욱 빛났다. 이희준, 권해효를 포함해 외국인 배우들조차도 조금의 어색함 없이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모든 배우들이 20년이 넘는 세월의 흐름을 작품 속에서 그려냈지만 이 중 주인공인 송중기의 연기도 좋았다. 19살의 모습도 어색하지 않고, 20대의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분장이나 스타일로 세월의 변화를 그려낸 게 아니라 연령대별 감정 표현의 방식을 달리하는 모습에 배우 송중기가 참 많이 깊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106분의 러닝타임이 조금 길게 느껴지는 건 드라가 집요하게 끝을 보려 했기 때문. 대충 마무리 지어도 될 법 한데 감독은 인물들의 마지막의 마지막 모습까지 그러냈다. 뒤통수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로 오락성은 충분하다.
외국에 가면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12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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