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어서 좀 생략함)
안중근의 고된 여정이 끝나는,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바로 그 신에 당도하면 왜 ‘하얼빈’이 느리게 달렸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된다.
상술했듯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작품치곤 전반적으로 담백한 맛이다. 잔인하거나 자극적이라고 느껴지는 구석이 없다. 극적으로 그릴 여지가 있는 곁가지에서조차 일부러 강약을 조절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제목이 왜 ‘하얼빈’인지 관객 스스로 이해하게끔 만드는 대목이다.
컴퓨터 기본 배경화면을 보는 듯한 영상미도 백미다. ‘역사 영화를 굳이 IMAX로 봐야 할까?’라는 생각이었지만, 역시 ‘거거익선’이다. 몽골, 라트비아, 한국을 오가며 담아낸 광활한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하얼빈’의 계절이 겨울인 만큼, 잔혹하게 시린 설원이 지독히 고독했을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
누군가 ‘하얼빈’을 극장에서 보는 게 좋겠냐고 묻는다면, 우민호 감독의 말을 빌려 '와이 낫(Why not?)'이라고 답하겠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