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지나도 존경받는 그의 업적이나 존재감에 누가 되지 않게끔 진심을 다했다” 배우 현빈이 '하얼빈' 안중근 역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하얼빈'에 출연한 배우 현빈과 인터뷰를 가졌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영화다. 거사 자체보다 그에 얽힌 독립군 이야기들을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담고 있다.
현빈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존경할 인물 자체의 묵직함 이면에 인간적인 면모들을 절제감있게 표현했다.
와이드컷 중심의 핵심서사와 클로즈업 중심의 감정호흡을 오가는 담백한 장면구성과 함께 독립군 장군으로서의 고뇌와 슬픔, 동지애 등의 면모들을 특유의 눈빛과 표정들로 담백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첫 제안?
▲안중근 장군의 존재감과 상징성이 원체 커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몇 번 고사했다. 그러던 와중에 점점 빌드업되는 시나리오를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안중근 장군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또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안중근 캐릭터 접근?
▲학창시절 배운 것들을 제외하고 세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준비하면서 일대기들을 파악하면서 그의 생각과 행동들을 알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가 알고 있는 그 거사 전의 상황에 얽힌 감정들에 집중했다. 독립군 장군으로서의 이면에 동지들의 희생에 따른 죄책감이나 좌절이 없었을까 생각하며, 그를 표현하려고 했다.
연기를 하고 난 지금 시점에도 그분의 생각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다. 100년이 지나도 존경받는 그의 업적이나 존재감에 누가 되지 않게끔 진심을 다했다.
-오프닝, 클로징 장면 비하인드?
▲16시간 달려 도착한 몽골의 큰 호수 위에서 촬영했다. 호수가 1미터 이상 얼어있지만 계속 작용을 하고 있기에, 지리적 공간이나 소리가 주는 음산함이 있었다.
드론이 띄워진 현장에 홀로 촬영하고 있다보면 약간 무섭고 외롭고 고독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초반부 전투신 비하인드?
▲약 1주일 간 광주에서 촬영했다. 제설작업과 함께 눈이 소복이 쌓인 곳에서 실제로 뒹굴면서 촬영했지만 신체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정신적인 압박이 강했다. 살아남기 위한, 이겨야만 하는 지옥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액션팀과 리허설을 몇 시간이나 하면서 수정하고 가다듬었다.
-저격신과 사형신, 단지동맹 신 비하인드?
▲우선 저격신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감독님께서 무언가 더하거나 하지 않았다. 사형신도 그랬다. 다만 사형신은 온전히 호흡과 눈빛으로만 표현되는 장면으로서, 여러 컷으로 나누어 찍었다.
전체적인 것들을 고민하면서 막상 촬영할 때는 담담하게 했다. 다만 그 담담함 속에서 인간적인 두려움과 긴장감, 고생할 동료들을 두고 홀로 떠나는 미안함 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절제감 있게 표현된 안중근, 중요포인트라 할 감정연기에서의 어려움은?
▲카메라를 믿었다(웃음). 사실 진심을 갖고 표현하면 어떤 식으로든 와닿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가운데 어려운 장면은 '까레아 우라'를 외치는 거사장면과 함께, 최재형 선생과의 안가 장면이었다.
자료상에서 느낄 수 없는 안중근 장군의 격한 감정들을 쏟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촬영현장은 나무의자 하나와 침대가 놓인 공간이었는데, 즉석에서 빛이 없는 공간에서 쭈그리고 있으면 어떨까 하고 감독님께 제안해서 성사됐다.
진두지휘하고 선택하는 위치의 안중근 장군에게도 인간적인 마음들이 있음을 그 하나로 표현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박정민, 조우진 등 배우들과의 호흡은?
▲몽골 첫 촬영과 함께 타지에서 험난하게 촬영하다보니 모일 기회가 많았다. 안중근 장군으로서의 압박감을 받는 저만큼이나 동료분들도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를 공감하게 되면서 진짜 동지가 된 것처럼 서로 끈끈해졌다.
-우민호 감독과의 작업소감?
▲일단 작품에 대한 생각과 사랑이 엄청나고, 현장에서의 에너지도 놀라우시다. 홍경표 촬영감독님과의 시너지와 함께 그 에너지를 좋게 전달받은 것 같다.
-안중근 존재감을 더 부각했으면 어땠을까?
▲작품 자체가 시원한 한 방보다 거사를 행한 안중근 장군 이면에 많은 독립군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
-작품 내레이션은 최근 상황과 맞물려 큰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비하인드는?
▲감독님이 자료를 기반으로 하신 것이다. 중요하게 들리는 건 현재의 상황때문일 것이다(웃음). 다만 그 숨은 메시지 만큼은 과거이자 현재, 앞으로의 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힘든 일이 있어도, 한발한발 내딛으면 더 좋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
-영화 '하얼빈'의 관전포인트?
▲감독님도 밝히셨지만, OTT강세 속에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셔야 하는 이유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히 극장에 최적화된 촬영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플랫폼에 상관없이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웃음).
-촬영마무리 소회?
▲보통와 달리, 마지막 사형대 장면과 함께 오열할 정도로 감정이 꽤 오래갔다. 긴장된다. 많은 분들이 여러 의미로 극장을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에게도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지?
▲인지할 때가 되면 꼭 보여줄 것이다. 아이 옆에 없을 때 안중근 장군의 연기를 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면서, 일상으로 잊고 살았던 것들을 되새기게 해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https://www.etnews.com/20241219000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