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의 파란
파란으로 그늘진 지창욱은 지창욱을 달아나 무엇이든 되어버리고.
최근에 어두운 작품으로 많이 만나서 지창욱의 섹시하고 그늘진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스파링하다 다쳐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고요. 콘셉트에 너무 충실한 거 아닌가요?(웃음)
요즘 시간 날 때마다 복싱을 조금씩 배우고 있거든요. 친구랑 장난으로 가벼운 스파링을 했는데 입술이 터진 거예요. 피곤하다 보니 상처가 덧나서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어요. 아주 아픈 약을 발랐죠. 사실 그 약을 안 바르려고 일부러 병원에 간 거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딱 그 약을 처방해주시더라고.(웃음)
복싱을 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얼마 안 됐어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조각 도시>를 준비하면서 지난여름부터 시작했는데 이젠 그냥 취미로 조금씩만 하고 있어요. 헬스장에서 앞만 보면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보단 훨씬 재미있잖아요.
<최악의 악> 준모에 이어 <강남 비-사이드>의 길호까지. 디즈니+와 함께한 두 작품이 누아르였죠. 연이어 콘트라스트 센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어요?
액션은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그것만의 쾌감이나 성취감이 있어요. 액션이라서, 감정의 진폭이 큰 작품이라서, 또는 정적인 작품이라서 더 힘들거나 덜 힘들진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저는 다 힘들고 고통스럽던데요.(웃음) 사실 <웰컴 투 삼달리>라는 작품은 따뜻하고 친숙한 드라마 장르라 다른 때보단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그것조차 너무 어렵고 힘들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앞으로도 나에게 쉬운 작품은 절대 없겠구나 하고.
의외네요. 지창욱은 연기할 때 정말 편안해 보이는 배우거든요.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그런 걸까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힘들어 죽을 것 같다’ ‘하기 싫다’ 그런 게 아니고 스스로 고통을 주고, 아주 고통스러워 하며 일을 하는 게 그냥 저란 배우의 스타일인 것 같아요.(웃음) 만약 어느 날 작품을 하는데 걱정이 없거나 힘들지가 않다, 그럼 오히려 좀 불안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뭔가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안일하게 작업을 하고 있나 하고 위기감이 들어서요.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최악의 악>이랑 <강남 비-사이드> 중엔 뭐가 더 어렵던가요?
<최악의 악>이요. <최악의 악> 같은 경우에는 정말 기획 초기 때부터 마지막까지 깊숙이 개입돼 있던 느낌이라 감독님과 대본 회의도 정말 많이 했고 책임감도 컸고요. <강남 비-사이드>는 조우진 형과 박누리 감독님을 좀 더 믿고 맡겼던 부분이 있었어요. 두 작품에 겹치는 스태프도 많아서 신뢰감이 생겨 편안해진 것도 있었겠죠.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조각 도시>라고 했어요.
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예요. 제가 예전에 찍었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화하는 프로젝트이고 배우 도경수, 이광수 형, 양동근 선배, 조윤수와 함께 촬영하고 있어요. <모범택시>의 오상호 작가님이 영화 <조작된 도시>에 이어 이번 <조각 도시>까지 참여했어요. 영화와는 큰 설정만 비슷하고 인물의 캐릭터들이 전부 다르게 전개될 거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기황후>로 사극도 했고 <안나라수마나라>에서는 CG가 많은 환경에서 촬영하기도 했죠. 다작을 하면서 많은 장르와 캐릭터를 경험했는데 아직 더 해보고 싶은 건요?
의외로 아직 안 해본 역할이 많아요. 의사 역할도 아직 한 번도 안 해봤고요.(웃음) 하고 싶고 욕심나는 건 많죠. 매번 바뀌는 것 같은데 <조각도시> 촬영을 하면서는 밑도 끝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쭉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 작품을 해봐도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영화 <짝패>처럼요?
네, 시원하게 액션으로만. 또 레이싱이나 카체이싱 소재의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배우 지창욱은 어떤 색인 것 같아요?
글쎄요. 어떤 뚜렷하게 진한 컬러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저 역시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다는 생각. 그게 저에게는 숙제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제가 생각하는 걸 말해줘도 돼요?
해주세요!
저는 오늘 보고 보라색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보라색 염료가 귀해서 고대 로마에서는 귀족만 쓸 수 있는 색상이었어요. 이목구비가 화려하잖아요. 또 보라는 빨강과 파랑이 섞인 색깔인데 누아르 작품에서 본 지창욱의 모습이 겉으로는 파랗다면 속으로는 빨갛기도 하고.
너무 좋은데요? 네, 저는 앞으로 보라색입니다.(웃음)
보라색은 관능적인 색이기도 하죠. 배우가 생각하는 관능은 뭘까요? 어렵네요.
섹시함이 성숙해지고 노련해지면 관능이 되는 것 같은데 ‘지덕체’ 같기도 하고요. 어떤한 사람의 삶의 태도나 생각들, 경험들 같이 여러 겹이 포개져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어떤 사람이 섹시하다고 생각해요?
본인 일을 잘하고 또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요. 자신감에서 오는 태도 같은 걸 섹시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지창욱은 섹시한 사람인가요?
아니요. 저는 자기객관화를 아주 박하게 하는 편이라 스스로 섹시하다거나 관능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자신감도 많지 않은 편이고요. 저는 오히려 ‘나 귀여운데?’ 이런 생각은 가끔 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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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재팬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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