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하얼빈' 안중근을 보는데, 눈물이 안 나네 [김지우의 POV]
1,367 6
2024.12.19 08:29
1,367 6

시작부터 비주얼로 압살한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두만강, 그 위를 시리게 걷는 안중근. 이어지는 현빈과 이동욱의 짙은 아름다움이란... 그런데 웬걸. 이게 이 영화의 전부였다. 초반 한껏 고조된 기대감은 점차 우려에서 실망으로 변모한다. 빛 좋은 개살구, '하얼빈'(감독 우민호)이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현빈)을 필두로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이 독립군으로 뭉쳤다.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처단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하얼빈으로 향하며 일본군의 추격 등 격랑을 헤쳐나간다.몽골, 라트비아, 한국 3개국 로케이션으로 끝내주는 그림을 담아냈다. '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을 촬영한 ARRI ALEXA 65 카메라로 전 시퀀스를 촬영했다. 이는 한국 영화 최초의 시도다. 설원 위 전투신, 말을 타고 사막을 달리는 신을 포함한 매 순간이 아름답고, 연출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내용은 맛이 없다. '하얼빈'은 안중근 장군의 고뇌와 고결한 인품에 초점을 맞추며 자연스레 액션보다 대사가 길어진다. 안중근이 어떤 인물인지는 초반 몇 에피소드로 충분히 전달됐는데 중후반부 내내 거기서 한발 나아가지 못한다. 길게 끌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하지 못해 단조롭다. 대사의 '말맛'조차 떨어져 영화의 텐션은 점점 힘을 잃는다.


이 뻔한 느낌이 비단 '역사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은 아니다. 많은 역사물이 관객들을 웃고 울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보편적 정서를 공유하는 국내 관객들은 그 아는 감동을 맛보러 극장을 찾는다. 결말을 알면서도 과정에 몰입하고 응원하고, 끝내 벅찬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선다. 수차례 영화화된 소재일지라도 감독의 한 끗이 가미되면 또 다른 울림을 준다. 그것이 실화의 힘이고 시대 불문 역사물이 사랑받는 이유다.


그런 지점에서 '하얼빈'이 독립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아쉽다. 실존 인물인 우덕순, 김상현, 최재형과 영화적 상상을 가미한 공부인마저 개성 없는 캐릭터로 그려졌고, 안중근은 잔잔하다. 변절자 밀정을 추적하는 에피소드도 반전의 쫀득함을 주지 못한다. 특별출연한 정우성의 존재는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게 한다. 모두가 기다린 클라이맥스는 매우 짧게 다뤄지고, 인물을 강조해 보여주지도 않아 휘리릭 지나간다. 묵직한 한방을 기대했다면 허망할 수 있다.

시대극을 연기하는데 톤도 묘하게 제각각이다. 중심을 잡아주는 배우들이 있지만, 톡톡 새어 나오는 이질감은 몰입을 방해한다. 전여빈의 어투는 중전마마에 어울릴 법하다.

우민호 감독은 안중근을, 그의 얼굴을 숭고하게 담고 싶었다고 했다. 이미지적으론 성공이고, 서사적으론 글쎄다. 상영이 끝나고 여운에 눈물짓는 관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리뷰를 쓰는 지금도 수려한 풍광만큼은 눈에 선하다. 시나리오가 그림을 받쳐줬더라면 명작이 탄생했으리라.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117/0003897456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아토팜💖] 손상되고 민감해진 피부 고민은 그만!❌ 긴급 진정보호 크림 ✨아토팜 판테놀 크림✨체험 이벤트 340 01.05 13,02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27,48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602,44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212,61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730,170
공지 알림/결과 ───── ⋆⋅ 2025 방영 예정 드라마 ⋅⋆ ───── 103 24.02.08 2,243,259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2,296,889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3,429,059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2 22.03.12 4,500,019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8 21.04.26 3,686,007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7/1 ver.) 173 21.01.19 3,730,449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3,723,479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59 19.02.22 3,820,439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3,993,02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9816 스퀘어 지금전화 사언희주 러브스토리(ep01-12) 2 00:43 249
259815 스퀘어 별물 <3화 예고> 더이상 오정세에게 아무것도 뺏기고싶지 않은 이민호?! 4 00:39 118
259814 스퀘어 옥씨부인전 옥씨부인전 11회 예고편 - 두 분이 부부이신데~ 1 00:07 334
259813 스퀘어 옥씨부인전 [서방 엔딩] 드디어🥺 바라는 건 임지연 뿐이던 추영우에게 닿은 세 글자 "서방님"❣️ | 옥씨부인전 10회 | JTBC 250105 방송 00:07 146
259812 스퀘어 나완비 1화 지윤은호.gif 10 00:03 262
259811 스퀘어 2024 MBC 연기대상 수상자 명단 1 00:02 165
259810 스퀘어 1/5 박스오피스 4 00:01 216
259809 스퀘어 별물 [2화 로얄리뷰] 우주 정거장 입성😎 본격 무중력 적응기 별물즈의 2화 코멘터리 7 01.05 116
259808 스퀘어 더킹 더킹 영원의 군주 E02~E05 gif 8 01.05 117
259807 스퀘어 별물 3회 텍예 5 01.05 396
259806 스퀘어 체크인한양 준화본 (정건주) 인스타업 (with 대각주) 8 01.05 303
259805 스퀘어 나완비 은호지윤 뉴짤 gif 7 01.05 399
259804 스퀘어 지금전화 10화 계약키스.gif 6 01.05 674
259803 스퀘어 지금전화 사언(유연)희주 01-12 편집본 104 01.05 881
259802 스퀘어 이동진 평론가 최근 개봉작 별점 & 한줄평 1 01.05 292
259801 스퀘어 지금전화 Ep12 사주 재회키스.gif 16 01.05 556
259800 스퀘어 지금전화 유연석 채수빈 베스트커플상.gif 18 01.05 651
259799 스퀘어 옥씨부인전 연우 인스타 4 01.05 299
259798 스퀘어 지금전화 MBC 연기대상 채수빈 gif 18 01.05 671
259797 스퀘어 이친자 하빈본 소속사 인스타에 수상소감 2 01.05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