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우에게나 무명의 시절은 있다. 간혹 데뷔부터 단박에 주인공의 길만 가는 특이한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결국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인물은 수많은 작품에서 조, 단역으로 구석을 메우며 차분히 자신의 매력을 갈고닦은 성실함과 노력의 시간을 견딘자들이다. 그런 인물들이 제작진의 눈에 띄게 되고 결국 대중의 시선도 사로잡게 되는 것.
지금 당장 큰 활약을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수년 내 전 국민이 다 아는 대단한 배우가 될 거라는 예감, 제작진의 시야에 확 들어온 미래의 스타들을 찾아봤다. 방송, OTT, 영화계의 제작진이 꼽은 2025년의 유망주들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꼽은 유망주 = 채원빈
올해 '서울의 봄'으로 2021년에는 '남산의 부장들'로, 2016년에는 '내부자들'로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대표인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올 겨울 영화 '하얼빈'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1970년대의 시대상을 그린 '메이드 인 코리아'도 제작 중이다. 근현대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신념으로 문제작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김원국 대표가 뽑은 유망주는 채원빈이다.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한석규 배우 딸 역할로 깊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25년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주연의 영화 '야당'에 출연, 작품 속 중요한 '키' 역할을 맡아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으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의 성장과 변신이 기대되는 배우"라며 채원빈의 추천 이유를 밝힌 김원국 대표다.
채원빈은 2019년 영화 '매니지'로 데뷔, '런 보이 런' '여고괴담 다섯 번째 이야기: 모교' '마녀 PART2' '셔틀, 최강의 셔틀', 드라마 '비밀의 비밀' '아이돌 X실종사건'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트웬티 트웬티' '인어왕자: 더 비기닝' '보이스 4' '어사와 조이' '설강화' '순정복서' '고백공격' '스위트홈 2,3' '수상한 그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에 출연하며 자신을 알려왔다.
김규태 감독이 꼽은 유망주 = 정윤하, 김동원
2008년도의 '그들이 사는 세상'부터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Live)' '우리들의 블루스' 최근 넷플릭스의 '트렁크'까지 연출한 김규태 감독이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내면서도 누구 하나 소홀하지 않은 연출로 호평을 받아온 김규태 감독은 이번에 연출한 '트렁크'에서 만난 신인 배우들을 미래의 유망주로 꼽았다.
"정윤하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 배우가 굉장히 리얼한 느낌으로 재 해석해서 뽑아내더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아마도 이후에 더 기센 캐릭터의 제안이 들어올 텐데 이 배우는 그런 것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톤 앤 매너의 캐릭터까지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동원은 진정성 있는 4차원이더라. 혼자서 온순한 학구파처점 진지하게 작품과 캐릭터를 탐구하던데 현장에 와서는 자기도 생각지 못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더라. 그동안 대중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지 못했는데 그 저력이 이제는 드러날 때가 된 것 같다."라는 김규태 감독은 "가장 최근에 한 작품이긴 하지만 신인배우들을 과감히 써서 주연 배우들과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냈다"며 이 두 배우의 추천사를 밝혔다.
정윤하는 광고모델로 데뷔, 2015년 '부탁해요, 엄마'로 방송 출연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었다. '백두산' '싱크홀' '유체이탈자' '비상선언' '공조 2' '자백' '교섭' '더문' '서울의 봄' '시민덕희' '파묘'등 대중적인 영화마다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OTT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카지노' '엑스오, 키티' '트렁크' 등에 출연하며 주연으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김동원은 2005년 영화 '태풍태양'으로 데뷔, 꾸준히 연극을 해왔으며 2017년부터는 드라마 활동에 집중했다. '의문의 일승' '나쁜 형사' '나의 나라' '스토브리그' '빅마우스' '유괴의 날' '환상연가' '트렁크'에 출연했으며 현재 '탁류'를 촬영 중이다.
제작사 [DK E&M] 김동구 대표가 꼽은 유망주 = 최규리, 공민정
'불어라 미풍아', '워킹맘 육아대디', '히어로', '역전의 여왕', '미스 리플리', '하나뿐인 내편', '60일, 지정생존자', '하이드', '내 남편과 결혼해 줘' 등 제작하며 안방극장 히트작 메이커로 정평이 난 김동구 대표다. 김동구 대표는 배우 최규리와 공민정을 각각 '육각형 연예인'과 '흙속의 진주'라며 추천했다.
"최규리는 '내남결'로 만난 인연이다. 처음에는 연출진의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촉이 강력하게 발동해 도저히 포기할 수 없겠더라. 오디션만이라도 보자고 사정했고, 반대하는 이들을 홀렸다. 최규리가 현장에서 주변의 인정을 너무 많이 받아 내 자존심이 살아났다. 연기 준비는 물론 몰입력 최상에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선배들을 지켜보고 습득해 자기 걸로 만든다. 요즘 그렇게 발로 뛰는 여배우 흔치 않다. 결국 박민영도 인정한 잘하는 여배우의 탄생 순간을 마주했다. 빠짐없는 육각형 배우가 바로 최규리",
"공민정은 '내남결'로 이어져 처음 만난 배우였다. 정말 매사 열심히 하더라. 흙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찾은 느낌이었다. 요즘 업계를 둘러보니 캐스팅 순위에 꼭 포함되어 있더라. 매력적인 마스크와 대체 불가한 오묘한 톤의 연기가 압권이다. 수려한 이목구비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 어딘가 분명히 존재하는 인물을 그려낼 줄 안다. 그런 배우는 항상 롱런하더라."라며 김동구 대표는 '내 남편과 결혼해 줘'를 통해 만난 두 배우를 꼽았다.
최규리의 경력은 짧다. 2021년 '엉클'로 시작해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행복배틀' '내 남편과 결혼해 줘'에 출연했다. 지금은 디즈니+의 '넉 오프'를 촬영 중이다.
공민정은 2009년 영화 '구경'으로 데뷔했다. 독립영화계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다가 그의 얼굴을 제대로 알린 건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였다. '쌈, 마이웨이' '사랑의 온도' '황금빛 내 인생' '아는 와이프' '작은 아씨들' '천 원짜리 변호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오늘도 지송 합니다' 등의 인기작에서 활약했다.
캐스팅디렉팅사 '페어콘텐츠' 김추석 대표가 꼽은 유망주 = 서범준, 방효린
"서범준은 인간 그 자체에서 묻어 나오는 매력의 힘이 상당한 사람이다. 이 업은 절대 혼자 잘났다고 잘 나가는 게 아니라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서범준은 공동의 작업에 특화된 배우다. 주변을 챙기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 기분 좋은 말 한마디로 에너지를 선물한다. 그러니 주변 이들이 그를 따르고 아낄 수밖에. 당연히 이 수순으로 언젠가 빛을 보고 유명세를 얻을 거라고 확신한다. 마치 공식과도 같은 거더라. 서범준은 천천히 전진해야 한다. 재료가 신선하고 귀하다. 조금 느리더라도 멀리 보고 조바심 내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 글이 진정 '성지글'이 될 거다.",
"난 오디션을 경계한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자신의 주특기만 골라 늘어놓기에 단점을 찾기 힘들다. 이런 내 편견을 깨부수고 방효린이 나타났다. 안일하고, 안전하게 연기하지 않더라. 수천 명의 배우들을 보고 평가하고 채점해본 내 경력을 걸고 말하자면 '방효린이 세상에 나오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서범준과 방효린을 각각 '맑은 에너지'와 '물건'이라며 소개했다.
뮤지컬로 데뷔한 서범준은 지금 개봉 중인 영화 '대가족'에도 출연하며 드라마 '알고 있지만, ' '내과 박원장' '너와 나의 경찰수업' '현재는 아름다워' '하이쿠키' '멱살 한번 잡힙시다' '하이라키' '열혈사제 2' 등에서 활약을 보였다. 지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촬영 중이다.
영화 '렛미인'으로 데뷔한 방효린은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상도 수상, 2025년에 공개예정인 드라마 '애마'와 '넉오프'를 촬영 중이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