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이 컨디션이면, 연말 시즌 우승도 가능하겠는데요.
기분 좋은 ‘1승’이다. 유쾌하게 빠져들고 통쾌해서 만족한다. 배우 송강호·박정민부터 오합지졸 여자배구 팀원들까지 사랑스럽다. 이대로라면 연말 극장가 대전에서도 어쩌면 ‘우승’을 넘겨볼 수도 있겠다.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이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핑크스톰 김우진(송강호)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그리고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이 단 한번, ‘1승’을 하기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동주’ ‘거미집’ 등을 쓰고 OTT플랫폼 디즈니+ 시리즈 ‘삼식이 삼촌’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으로, 그의 뮤즈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박명훈, 이민지, 그리고 신윤주, 시은미, 장수임, 차수민, 송이재 등 뉴페이스들이 대거 출연하며 익숙하고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속도감이 아주 좋다. 과감한 생략과 리드미컬한 편집 때문이다. 영화 초반 캐릭터들을 설명하는 데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버리니 영화 시작 30여분만에 바로 본격 시합으로 돌입할 수 있다. 이런 빠른 호흡은 영화에 박진감을 끌어올리고 보는 이의 집중력도 높인다. 캐릭터들 전사의 빈 공간은 관객이 오히려 상상하고 채워나가며 보게 되니 아쉽지 않다. 스포츠물의 정석 ‘슬램덩크’가 떠오르면서, 오히려 핑크스톰의 ‘도장깨기’ 식 배구 경기 결과가 더 궁금해진다. 배구 경기를 담은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은 실제 경기를 관전하는 느낌도 들게 한다.
캐릭터 모두가 균형감있게 성장하는 것도 ‘1승’이 기분 좋은 이유다. 결핍 있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단 한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한편으론 코끝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인물에게 균일한 애정을 보낸 신연식 감독의 각본과 연출의 힘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웃음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고,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었던 갈등도 단순하게 해결하며 극의 톤을 맞춘다. 깜짝 등장하는 실제 배구 스타들도 반가운 요소다.
기성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의 연기 합도 적절하다. 송강호야 말할 것도 없고, 장윤주, 박명훈, 이민지 등도 제몫을 해낸다. 한예종 무용과 출신 신윤주, 비치발리볼 선수 시은미, 모델 출신 차수민, 장수임 등 새로운 피들이 수혈되니 풋풋한 매력도 발산된다. 특히 박정민이 구현한 ‘강정원’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재벌2세 구단주들이 떠올라 웃음보를 건드린다. 오는 12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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