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국수 집 홀애비 딸이라고?
응, 엄마 있는 애들도 머리가 산발로 다니는데 난 어떻게 맨날 머리카락 한 올 안흘러나오게 딱 쫌매고, 옷은 또 어떻게 그렇게 맨날 깨끗하냐고. 아빠 혼자 어떻게 그렇게 키우냐고.
- 엄마 없는 티 안나게 하려고 그랬지
그러니까. 나 엄마 없는 티 하나도 안나게 엄청 잘 컸는데. 엄청 사랑 받고 바르게 잘 키웠으니까 나 믿어도 된다고. 아빠, 미안해요.
안 되더라고요. 도저히 안돼서 제가 주원이한테 매달렸습니다.
산하야 아저씬 말이야,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우리 주원이 덜 애쓰면서 살게 하고 싶어. 그게 다야.
주원이 좋아한 이후부터 늘 그랬어요. 빨리 어른이 돼서 평범하게 남들처럼 주원이랑 살고 싶다고. 주원이랑 그렇게 살고싶어요.
주원아, 나 아저씨 진짜 좋아해. 내가 아저씨보다 널 더 좋아하고 싶은데, 내가 지면 안되는데 아저씨가 너무 세서 좀 분발해야겠어.
엄마 힘든 거 싫어? 선생님도 그랬어. 엄마가 힘들어하면 절대 안하겠다고 그랬거든. 근데 정말 축구도 안하고 자전거도 안탔는데 엄마가 하나도 안 기뻐하시더라. 선생님 엄마는 진짜 힘든 게 그런 게 아니었나봐.
저 엄마 이기려고 왔어요. 엄마한테 울고불고 떼 쓰고 제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달라고, 엄마 아들 아픈 것 좀 봐달라고 빌러 왔다고요.
엄마, 저 엄마 원망 안 해요. 그냥 엄마가 슬픈 게 싫었어요. 엄마가 아픈 게 싫었어요. 그래서 한 번도 솔직하게 말 못했어요. 너무 뜨겁다고 너무 아프다고. 흉터가 생긴 걸 보여줄 수도 없었어요.
엄마가 안 아프면, 엄마가 안 슬프면 언젠가는 우리도 괜찮아질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괜찮은 척 하지 말고, 어른인 척 하지 말고 진작 다 말할 걸 그랬나 봐요. 나도 아프다고. 나도 너무 슬프다고. 너무 무섭고 나 좀 안아달라고. 나도 소정이가 나 때문에 죽은 것 같아서 괴롭다고. 나도 소정이가 너무 보고싶다고. 그러니까 엄마 우리 같이 좀 살자고. 진작 말할 걸 그랬어요. 엄마, 우리 행복해도 돼요. 행복해도 돼요.
난 우리가 좀 달라서, 사정이 좀 복잡하니까 서로가 막 유일한 한 사람 같고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면 어쩌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김산하 나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나도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김산하 없으면 안되거든. 다행이다. 남들도 다 그런 거라니 진짜 다행이다.
내가 어제 큰 깨달음이 있었어. 나는 김산하를 진짜로 사랑해. 엄청나지?
난 진짜 인생드는 결국 대사가 남더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