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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손보싫 [해영/자연] 어떤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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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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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서 큰 소리가 났다. 다급하게 내려가보니 언니가 형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형부가 아저씨가 돌아가신 뒤 엄마가 들였던 위탁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언니는 형부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결국 언니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뒤따라 나갔던 형부는 홀로 돌아왔다. 나에게 아저씨의 죽음과 관련된 일을 물었으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나는 조용히 형부를 위로했다. 이 모든 사건이 발생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인 주제에, 염치도 없이.

 

 

[해영/자연] 어떤 구원

(화면해설 #12, 11화 해영과 자연의 포옹씬)

 

 

아침에 나갔던 언니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나는 부리나케 1층으로 내려갔다. 언니. 방에 들어가려던 언니는 내 부름에 뒤를 돌았다. 잔뜩 지친 얼굴의 언니를 마주한 나는, 머뭇거리며 사과를 건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미안..”

 

나 때문에 아저씨가 돌아가시게 된 게 죄송하다는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내 입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날 가만히 보던 언니가 말했다.

 

“너 냉장고 안 치웠어? 내일 치워.”

“응.”

 

나는 애써 밝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언니는 다시 뒤를 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화도 제대로 내지 않을 정도로 지쳐서 나를 본체만체 하는 언니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언니, 내가 잘 할 게. 내가 아저씨처럼, 엄마처럼 언니한테 진짜 잘 할 게.

그러니까 나 좀, 봐줘.

 

나는 닫힌 방문 뒤에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다음날,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감을 치고 있었다. 형부도 집에 없는 상황에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헤드셋을 끼고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 헤드셋을 뺐다가 아무 일 없는 듯 해서 다시 글을 쓰는데, 곧 차단기가 내려갔다. 쓴 거 다 날라갔겠네. 화가 난 상태로 쿵쾅거리며 내려가는 데, 애기가 야옹거렸다.

 

“애기야, 너도 개 깜놀?”

 

장난스레 말을 하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눈 앞에 낯선 인영이 서 있었다.

 

“자연아. 아빠야.”

 

살인자 새끼가 침입한 것이었다. 결국, 찾아왔구나. 이런 일이 있을까봐 이 집에서 나가려고 했는데, 미쳐 대비하기도 전에 저 사람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아빠라니. 살인자 주제에.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는데 그 새끼가 소리를 질렀다. 아빠를 봤으니 인사를 해야 한다는 둥 헛소리를 퍼붓는 놈을 향해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냅다 방으로 도망을 왔고 곧 그 새끼가 따라와 방문을 억지로 열려고 했다. 문고리를 꼭 잡고 실랑이를 하는데, 그 새끼가 찾아왔던 고 2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야 남자연!! 나오라고!!’

 

그날도 이렇게, 벽장 안에 숨어 있었지. 숨죽여 울면서, 어서 이 일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야 이 양심 없는 년. 어떻게 이집에 숨어있어? 이 집에서 너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어?”

‘아니야 니 탓 아니야. 자연아. 너도 피해잔데..’

 

아니야. 내 탓 아니야. 엄마가 아니라고 했어. 엄마가 절대 아니라고 했어.

 

“네가 도망만 안 갔어도 그 아저씨 안 죽었어! 다 너 땜에 죽은거야!”

“아니야!! 아니야!!”

 

늘 그랬다. 저 새끼는 모든 게 남의 잘못이었다. 매맞는 것에 못 이겨서 엄마가 도망간 것은 엄마가 남자를 밝혀서였고, 자기가 아저씨를 찔러 죽인 건 내 행방을 아저씨가 끝끝내 말하지 않아서였다.

 

‘그 놈이 찾아온 애가 자연이 너라는 거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 해영이한테도. 아저씨가, 마지막까지 우리 자연이, 살인자 자식 만들지 말라고. 자연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던 일이야. 없었던 일. 그러니까 너도, 너도 이제 잊어버려. 잊어도 돼. 니 잘못 아니야. 알았지?’

 

내 행복을 빌며, 치매에 걸린 상태로 기억을 잃기 전, 나를 찾아왔던 엄마와, 날 살인자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끝까지 당부했던 아저씨와는 전혀 다른, 인간 쓰레기 같은 사람.

 

결국 기어이 문이 열렸고, 그 새끼는 나를 사정없이 구타하더니, 바닥을 기는 나를 붙들고 내게 그 새끼는 신세 한탄을 했다. 자기는 내게 엄마 행방이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나대서 빵에서 몇 년을 살았다나. 그 같잖은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연아, 나도 더 늦기 전에 네 엄마랑 너랑 알콩달콩 살고싶어. 그니까 대답해. 엄마 어딨어”

 

알아도 알려주지 않았겠지만, 내가 엄마 행방을 알 리가 없었다. 내게 말하면 어찌될 지 뻔히 알 텐데. 모른다는 말과 함께 좀 긁어댔더니, 그 새끼는 화를 내며 나를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난 듯, 즐겁게 말했다.

 

“아, 곧 그 언니 올 시간이네. 손해영이었던가? 너땜에 또 엄한 사람 죽게 생겼..”

“닥쳐!!”

 

니가 어디서 함부로 그 이름을 입에 올려!! 머리 끝까지 열이 오른 내가 그 새끼의 멱살을 잡으려 했지만, 억울하게도 손쉽게 저지당하고 목이 졸렸다.

 

“말해! 말 안하면, 손해영도 걔 아빠처럼 죽일거야! 네 눈앞에서”

 

당혹감과 억울함 속에서도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던 그 때 규현씨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규현씨가 그 새끼를 제압한 뒤였다. 곧이어 경찰차와 구급차가 왔고, 구급차에 앉아 상처를 치료받는데 저 멀리서 언니가 놀란 얼굴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 언젠가, 전화박스를 두드리던 그때처럼. 그런 언니의 얼굴에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https://img.theqoo.net/UJXLYj

“자연아!!”

“언니..”

 

날 안은 언니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언니는 내 등과 머리를 쓸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엉망이 된 내 얼굴을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때, 그 새끼가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나오며 소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 씨발 딸 보러 왔다니까! 아니, 아빠가 딸 보러 딸 집에 온 걸 가지고 무단침입? 어, 무단침입? 이런, 씨..야, 자연아, 네가 얘기해 내가 누구야? 아빠잖아, 네 아빠!”

 

하필 언니가 앞에 있는 상황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언니는 아직 모르는데, 저 살인자가 내 아빠라는 걸 모르는데.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때, 언니가 규현씨 손에 있던 흉기로 그 새끼를 세게 후려쳤다.


 https://img.theqoo.net/hlExum


“무슨 자격으로 그 입으로 아빠야. 자식 피나게 멍들게 하는 아빠는 없어. 그딴 아빠 필요없어.”

 

불같이 화를 내는 언니를 보는 순간 난 깨달았다. 언니가 다 알고 있었다는 걸. 엄마의 생각과는 다르게, 언니는 전부 알고 있었다는 걸. 믿기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알고 있었어?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

 

언니는 말없이 뒤 돌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는데 알면서 어떻게..”

“손해 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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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후련하다는 얼굴로,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언니는 언니의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비밀을 담담하게 꺼내 보였다.

 

“그때 네가 나를 찾아왔을 때, 그게 너를 보는 마지막일 것 같았어. 너는 사는 게 더 지옥인 얼굴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지."


https://img.theqoo.net/hiXjgk

"문득 오만한 생각이 들더라. 아빠는 못 구했지만, ‘너는 구할 수 있지 않을 까.’ 미워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널 살리는 건 그때뿐 일 지도 모르니까. 너까지 잃고 싶진 않았어.”


https://img.theqoo.net/JeOvRn

“난..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언니가 다 알고 있는 지도 모르고, 그런 마음으로 날 받아줬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자연아, 가끔 너무 후회했어. 내가 너를 더 고통스러운 지옥속에 살게 한 건 아닌가.”

 

아니다. 전혀 아니었다. 가끔 죄책감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난 언니 그늘 아래에서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다.

 

‘남자연이 쓴 글이 10년 뒤에 뭐가 될 줄 알고요? 그때는 베스트 셀러일 걸요?’

‘그냥 ‘잘한다, 잘한다’ 해요, 쌤. 잘되면 생색이나 내고 안 돼도 지 인생 지가 망치는 건데, 응원은 받는 사람이 부담이지 주는 사람은, 손해 아니잖아요.’

 

언니가 내 꿈을 알아 봐주고, 날 응원해주고, 날 지켜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나일 수 있었다.

 

“언니 때문에 살았어. 언니가 있어서 살 수 있었어.”

 

나는 웃으며, 힘주어 말했고,

 

“다행이야.”

 

언니는 행복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언니..”

 

나는 다시 언니에게 안겼다. 그동안 걱정시킨 거, 언니 마음 몰라줬던 거 모두 다,

 

"미안해. "

 

내 어설픈 애교에 언니가 살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UhCVIU

--

11월 가기전에 꼭 올리고 싶었어. 

이거 리퀘했던 꿀벌 꼭 봐주기! 

낼은 눈이 온대. 그런 의미에서 옥키보자 ㅋㅋ 

이제 찐막! 모두들 연말 잘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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