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정의로운 곽도원’을 참고 볼 이유도 못 찾겠다.
작품에 죄가 있으랴. ‘음주운전’으로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배우 곽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106분 내내 정의롭고 희생정신 강한 인물로 그려지는 곽도원을 참고 볼 이유도 찾질 못하겠다. 티켓값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만듦새가 논란을 초월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은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이다.
‘소방관’은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진섭 역에 곽도원이, 신입 소방관 철웅 역에 주원이 캐스팅돼 열악한 환경 속 소방대원들의 분투를 그리고자 한다.
신파를 덜어내고 덤덤하게 그리고자 했으나 그런 심심한 연출이 아쉽게도 곽도원과 ‘진섭’ 역의 괴리감만 더욱 부각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소방관으로서 사람들을 꼭 구해내야만 한다는 ‘진섭’의 소명의식은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톤이자 메시지이지만, 그 건강한 대사들을 읊조리는 곽도원의 연기를 마주하면 관객은 몰입이 깨질 수밖에 없다. 인지부조화다. 게다가 주원보다도 분량이 많고 캐릭터 존재감도 커서 거의 원톱처럼 비치기도 한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인식하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콘텐츠만으로 따져도 매력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소방관들의 노고와 처우 개선’이란 주제의식은 눈여겨볼만 하지만 돈을 내고 보는 상업영화로서 재미와 감동까지 갖췄느냐에선, 글쎄다. 일종의 공익캠페인 영상처럼 전달해야할 메시지를 우회하지 않고 정확히 꽂으려고 애를 쓰는데, 그것이 다소 촌스럽고 투박하게 비칠 수 있다. 또한 몇몇 중요한 구조 장면에선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여러모로 집중력을 떨어뜨리니 영화를 보는 도중 덜컹덜컹 걸린다.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실화 소재였으나 잘 살리지 못해 아쉬움만 남는다.
주원, 이유영, 유재명,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등 합을 이룬 다른 배우들 사이엔 구멍은 없다. 그러나 이렇다 할 인상도 남기진 못한다. 다음 달 4일 개봉.
■고구마지수 : 2.5개
■수면제지수 : 3.0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144/0001003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