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아, 나 보내지 마. 나 없으면 절대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해줘.
엄마는, 내가 없는 게 나아. 엄마는 오빠가 있어서 더 힘든 거야. 엄마한테 오빠는 엄마 다리에 흉터같은 거야. 흉터가 없으면 아팠던 기억도 다 잊혀질텐데 계속 보이니까, 계속 볼때마다 끔찍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오빠가 없는 게 나아. 엄마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지? 엄마는 너 때문에라도 괜찮아지실 거야.
김산하 못 가요. 아줌마가 저한테 김산하 주고 가셨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저 똑똑히 기억해요.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기쁜 날이었으니까요. 너무 기뻐서 그날 밤 잠도 설쳤던 것도 기억해요. 그때 김산하 마음이 어땠을 지, 아줌마한테 버려져서 밤새 울고 있을 김산하 마음은 생각도 못하고, 난 너무 행복해 해서, 그게 평생 생각날 때마다 너무 미안할 만큼. 아줌마가 저 주고 가셨는데 제가 10년 빌려드렸잖아요. 가족이니까, 그래야 김산하 마음이 편하니까 제가 빌려드렸던 거예요. 다시는 김산하 안 보내요.
제가, 조금 힘들었어요. 가끔이라도 이렇게 내려와서 밥 먹고 싶었는데 못 왔잖아요. 사실은 그거 때문에 엄마랑 많이 싸웠어요. 근데 이제 괜찮아요, 저 여기서 이렇게 다같이 살거니까, 이제 다신 안가요.
저 설득하러 온 거 아니에요. 말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듣고 그냥 흘리셔도 돼요. 저랑 해준이 형제처럼 자란 거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안 만났으면 절대 친하게 안 지냈을 거예요. 저희 하나부터 열까지 진짜 안 맞거든요.
그냥 제가, 걔가 좋았던 건, 우린 어차피 엄마가 버린 애들이니까. 그거 하나였어요. 나만 그런 거 아니라고, 쟤도 그렇다고. 그게 좀 위로가 되더라고요.
알아요, 내 불행이랑 남의 불행을 저울질 하는 거 나쁜 거라는 거. 근데 저 아줌마가 무릎 꿇으실 때 제대로 알았어요. 아, 해준이는 버림 받은 적이 없구나. 나만 그런 거구나.
당연히 질투가 나야되는데 안 그랬어요. 다행이다 싶었어요. 다행이다, 얘는.. 얘는 엄마가 버린 게 아니라서.
그러면 이거 알아야 돼요. 해준이가 이거 꼭 알아야 돼요.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산하는 대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