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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인터뷰] '정숙한 세일즈' 대근·'이친자' 영민 같은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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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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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진(31)이 JTBC 주말극 '정숙한 세일즈'와 MBC 금토극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오가며 두 얼굴로 활약했다. 순박한 모습의 어리숙한 엄대근이 있었다면, 가출팸 리더의 폭력적 모습으로 일관한 최영민으로 얼굴을 갈아 끼우며 소름을 선사했다. 극과 극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가 같은 사람이라니, 이 역시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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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은 2022년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로 데뷔,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 복무 중 배우를 꿈꾸게 됐다.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사수 끝 27살의 나이로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계기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는데 워낙 사수할 때 마음 고생을 해서 그런지 감사하게도 데뷔 이후엔 일이 잘 풀린 편에 속했다. "감사하게도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라고 전한 김정진은 계속해서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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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소감은.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이 나와서 같이 끝나니 좀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재밌게 촬영했다. 반응도 좋고 사랑해 준 분들이 많아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같은 인물 맞냐?'는 얘길 많이 들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더라. 다르게 생각하고 연기한 건 아니다. 그 모습도 내 모습이지 않나. 나로 출발해서 시작한 연기니까 그걸 다르게 봐준다는 게, 배우로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게 감사하다."

-연기할 때 집중했던 포인트를 꼽는다면.

"'이친자' 영민이는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직관적으로 사랑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애정결핍에 집중해 연기했다. 그 껍데기를 어떻게 포장하느냐는 허영심과 사치적인 걸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을 중심에 뒀다. 감독님이 외적인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줬다. 액세서리, 신발과 옷, 미술 등 영민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숙한 세일즈' 대근이 같은 경우 의상 피팅과 가발 착용, 안경을 쓴 후 나도 모르게 우둔해지고 느려지는 게 있더라. 현장 가서 아무래도 주눅 들어 있고 인정받지 못한 것에 결핍이 있다 보니 걸음걸이도 다르게 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어깨가 좀 축 처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부분을 위해 노력했다."

 

 

-'정숙한 세일즈'에서 이세희와의 러브라인이 흥미로웠다.

"현장에서도 세희 씨가 리드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난 수동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세희 씨가 아이디어를 내면 따라가려고 했고, 감독님도 대근이는 키스신부터 애정신까지 수동적이고 능수능란하지 못하고 숙맥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충되는 게 그 둘의 케미스트리라고 하더라. 실제로도 리드를 잘해줬던 것 같다."

-전작 '소년시대'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소년시대' 양철홍과 '이친자' 최영민이 악역에 있어서 비슷한 집합군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철홍이는 나중에 선으로 가는 행보가 있는데 영민이는 비극으로 간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근이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양면성이 있긴 했다. 어느 한편으로는 자신이 없었고 어느 한편으로는 그걸 하는 게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많아서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했다. 조웅 감독님과 상의하며 같이 만들어갔다. 앞으로도 하나의 그림만 쓰는 게 아니라 대근이 같은 근육들도 좀 자주 썼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많길 바란다."

-부모님도 아들이 많이 나오니 좋아하셨을 것 같다.

"부모님은 사실 '정숙한 세일즈'를 더 좋아하신다.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고, 영민이란 인물은 드라마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대근이란 인물을 좋아한다. 매주 보는 게 낙이었는데 같은 시기에 나와서 같은 시기 끝나니까 나보다 더 아쉬워하시더라. 작품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다 보니 다들 조금씩 얼굴이 섞여 있지 않나. 대근이를 보면서 엄마와 아빠, 형이 다 섞인 모습이 있었다고 해서 처음 느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정숙한 세일즈'의 경우 태어나기도 전인 1992년 배경의 작품이었다.

"MP3 세대인데 현장에 마이마이 기계가 있더라. 실제로 음악이 흘러나오지는 않았는데 어떤 음질로 나오는지 듣고 싶더라. 궁금했다. 그리고 작품에 나오는 음악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대본 볼 때마다 그때 그 시절 음악을 들으며 감성에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그때 당시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음악을 통해 향수를 느꼈다."

 

 

-'이친자'에서 선배 한석규와 호흡을 맞췄다.

"그냥 생각만 해도 뭔가 흐뭇해지는 것 같다. 따듯하고 온화하고 성품도 좋은 선배님이다. 연기할 때 부담이 많았다. 아무래도 선배님이랑 붙는 신들이 비교적 쉽지 않은 감정선이고 텐션도 높은 신이 많아서 부담이 많았는데 선배님이 농담을 해주며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더라. 좋은 어른이란 생각이 들었다. 리허설하고 난 뒤 나만의 습득을 하고 체화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그러면 이것저것 소품 체크하고 무언가 동선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서 그거 하나하나까지도 먼저 물어봐주며 세심하게 챙겨줬다. 정말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정숙한 세일즈'에서도 방탄 시스터즈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김소연 선배님은 가끔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세상에 그렇게 선하고 착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볼 때마다 신기했다. 오랜 시간 활동하지 않았나. 그 시간 동안 지내오면서도 그런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면서 그게 롱런의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김선영 선배님은 감각이나 센스가 정말 좋았다. 바로바로 연기로 나왔고 내게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해줬다. 칭찬이나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성령 선배님은 유쾌하다. 리허설할 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석규 선배님한테 느꼈던 것처럼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내가 촬영하다가 실수를 하거나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 와도 그런 거에 대해서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해줬다. 세 분 모두에게 너무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극 중 선배 김원해와 붙는 신도 너무 재밌게 봤다.

"선배님한테 연기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은 현장에 오면 주변에 있는 소품 체크부터 하시더라. 활용할 수 있는 게 뭘까 찾아보고 찾은 걸 내게 준다. 그리고 장면에서 아직은 연기적으로 부족한 게 많다 보니 장면을 살려내기 어려울 때 먼저 와서 살려낼 수 있는 포인트들을 같이 고민해서 찾아줬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 어느 순간부터 선배님과 연기할 때면 나조차도 주변 소품부터 보게 되더라."

-본래 꿈이 배우가 아니었다고 들었다.

"밴드는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드럼 세션이 되는 게 꿈이었다. 막연한 꿈이었다. 그래서 실용음악과에서 드럼 전공을 하고 있었다. 1년 정도 대학교에 다니다가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 만났던 동기가 나랑 휴가를 맞춰서 자주 나왔었는데 그 친구는 서울예대 연기과에 다니고 있던 학생이었다. 내게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휴가 때마다 권했고 반복되는 권유에 '어떤 건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예고를 졸업해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인도 소개해주고 지인의 공연도 같이 보러 가고 '배우수업'이란 책도 줬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 직업, 이 세계는 뭐지?'란 궁금증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 친구 말만 믿고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대입을 다시 시작했다. 입시 기간이 4수까지 길어져서 27살에 1학년이 됐다. 지금은 졸업한 지 2년 정도 됐다."

-그 친구가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한 은인인데 지금도 같이 연기를 하고 있나.

"그 친구는 연기를 그만뒀다. 다른 길을 찾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내가 TV에 나오고 영화, 드라마에 찍고 할 때마다 뿌듯해한다. 그 친구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본인이 이루지 못한 것들이지만 지금은 내가 그 길을 걷고 있지 않나. 그렇다 보니 응원을 많이 해준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4수 생활을 어떻게 견뎠나.

"생각보다 반복되는 일이긴 했다. 회사원처럼 수시를 보고 정시를 보고 수시 떨어지면 정시 준비하고 정시 떨어지면 내년 수시 준비하고 이걸 계속 순환했다. 순환하는 과정에서 힘든 건 낮아지는 마음이었다. 입시라는 건 교수님의 피드백을 정확하게 들을 수 없다. 온라인상에 합격, 불합격으로만 나뉜다. 내 문제점을 찾으며 자책하고 반성하고 보완할 것들만 찾으니까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가장 힘든 건 가족들의 걱정이었다. 3수 때 백화점 푸드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장님이 손님 유치를 시키더라. 성격상 잘 못 하는데 시켜서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아버지가 봤다. 눈을 마주쳤는데 서로 피했다. 근데 돌이켜보면 아버지 입장에선 '대체 얘가 뭐를 하려고..' '어떻게 먹고살려고 저러고 있나?' 싶었을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답답했을 것 같다. 친구들 만나면 내 입시에 대해 말하기보다 그 친구들의 입장을 더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그런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합격했을 때 너무 기뻤겠다.

"정작 합격하니 담담하더라. 그런 마음이 좋았다. 대학을 계속 준비하다 보니 목표가 흐려졌다. 배우가 되고 싶은 건지, 대학을 가고 싶은 건지 내가 대학 가려고 연기 하나 싶더라. 막상 대학교에 들어와서 연기를 그만둔 친구들이 많다. 왔을 때 회의감 때문이다. 그런데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거에 대한 열려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또 다른 생명력, 나아가는 길에 있어서 대학교 3년을 재밌게 다녔다. 배우는 것에 대한 갈증들이 터져 나와서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많았다."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지금의 진중한 모습도 있지만 친구들 만나면 마음 한편에 있던 해맑은 부분이 나올 때가 있다. 어릴 때 낙관적이고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비워내는 성격이었다. 지금은 'I' 성향인데 그땐 'E' 성향이었던 것 같다. 90% 정도가 외향적인 친구였는데 4수의 영향으로 바뀐 것 같다. 연기 시작할 때와 지금의 자아형성에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다."

-2022년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로 데뷔했더라.

"김성수 감독님이 준비하던 작품 중에 소년원생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보조출연 겸 단역으로 10명, 20명 정도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했다. 오디션장에 가서 지정된 대본을 연기하고 자유연기를 했는데 이틀 뒤 조감독님한테 전화가 왔다. 감독님이 내 연기를 보고 궁금하다고 직접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렇게 조연으로 참여할 수 있게 얻었다.

 

-데뷔 3년 차가 됐다.

"시간이 엄청 빨리 흘러간 느낌이 든다. 감사하게도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도 했고 좋은 감독님을 만나,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영광이었다. 돌이켜보면 좀 신기하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못 믿길 때가 있다.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다."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은.

"작품을 계속하다 보면 부족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단점을 많이 보는 편인 것 같다. 본 방송을 보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다 보니 너무 내게 인색한 것 같다. 스스로 인색해서, 채찍질을 많이 해서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는 것 같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연기를 사랑하면서 재밌게 하려면 비평하는 모습을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잘 봤어요' 그러면 답을 잘 못했는데 요즘엔 감사하다고 한다.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란 생각이다. 그런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회로를 돌려야 할 것 같다."

-올해가 한 달 남았다.

"보통 쉴 때 헬스장 가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이번 달에 가족들과 대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2년 동안 감사하게도 매년 연기를 했다. 조단역부터 해서 쉬지 않고 연기를 해서 여행을 제대로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 선배님이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더라. 이번 쉼을 통해 마음의 평온함도 찾고, 내년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선 비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달엔 대만, 다음 달엔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배우로서는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릴 때 기억과 소년시절, 청년시절 앞으로 내가 나아가는 시간들에 대한 기억, 그 감성을 안고 가고 싶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게 순수함을 잃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민이는 24살, 대근이는 20대 후반이었다. 내가 그 인물들을 표현하고 이해해야 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더라. 그런 부분에서 시간이 지나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37/000041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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