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오후 뉴스엔과 만난 최유화는 '이친자'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대선배 한석규와 함께 호흡한 소회, 향후 활동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하 최유화와 일문일답.
-마지막회에서 김성희가 응징 당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반면 '이친자'다운 연출이라 좋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김성희를 연기한 배우로서는 어땠나.
▲일단 제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놀라게 해드렸다는 점에 있어서는 너무나 좋은데, 당연히 제가 김성희라는 인물을 맡았으니 조금 더 악역으로서 뭔가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로 시작됐으니 시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10회에서 편집된 부분이 있기도 했다. 유오성 선배님이 저한테 엄청 욕을 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 신 찍었을 때 선배님이랑 저도 재밌었다. 진짜 저는 성희의 표정으로 유오성 선배님을 대하고, 유오성 선배님도 미친 듯이 저한테 증오를 표출하는 신이었다.
-송민아를 베개로 눌러 죽인 뒤 아들을 바라보며 '쉿'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장면을 제 생일에 찍었다. 그 신이 엔딩이라 '오늘 찍을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아침까지 계속 촬영을 하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생긴 촬영이었다. 그날이 딱 제 생일이었는데 '생일에 내가 목 조르는 신을 찍는다니. 올해는 진짜 그냥 성희로서 존재해야겠다' 생각했다.(웃음)
'쉿' 장면은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원래 도윤이가 문을 열고 쳐다보는 장면까지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제가 죽이는 장면인데, 익숙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애를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됐고, 감독님도 '이게 큰일이 아니라는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쉿'을 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해주셨다. 감독님은 항상 아이디어를 내면 '이상해요'보다는 '해볼까요?'라고 깨어 있는 모습으로 받아주는 편이다.
-김성희가 진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부터는 안광도 달라지더라. 표정 변화를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다.
▲맞다. 초반에는 범인으로서 연구를 하던 중 촬영을 하다 보니, 잠깐 '나쁜 성희'가 나올 뻔한 적도 있었다. 준태랑 찍는 신이었는데, 감독님이 준태한테는 안 들리게 '지금 잠깐 나쁜 성희 나왔어요'라고 귀띔해주셨다. 고맙게도 준태가 진짜 몰라주더라. 저 같으면 의심했을 것 같은데, 저한테 '누나가 범인 아니야?'라고 묻길래 '아니야'라고 했더니 그 말을 그대로 믿어주더라. 고마웠다.
-대선배 한석규 씨와 대립하는 장면을 찍으며 부담은 없었나.
▲부담보다는 한석규 선배님과 한 작품을 촬영하고, 심지어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오히려 이 행복함이 표현될까 봐 그 마음을 누르려고 애썼다. 김성희로서는 장태수가 정말 거슬리는 사람이다. 계속 우리 집에 오고, 자꾸 단서를 찾아내는 사람 아닌가. 처음에는 일부러 거리를 두고, 말을 걸고 싶어도 일부러 말을 안 걸었다. 그러다 결국 제가 좋아하는 선배님이니까 궁금해서 말을 걸게 됐지만, 선배를 좋아하는 후배의 모습을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다.
-옆에서 본 한석규 씨는 어떤 배우, 어떤 선배였나.
▲정말 좋은 어른인 게, 함부로 사람들에게 선배님의 의견을 내지 않더라.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가르쳐주고 싶은 부분이 많았을 텐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고 기다려주셨다. 그래서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제가 선배님께 '선배님은 화가 나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선배님이 '되게 재밌는 질문이다. 화가 안 나'라고 말씀하시더라. 선배님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중에는 인내심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정말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
▲심심한 걸 잘 모르는 편이다. 일단 밤에는 무조건 집에 있고 싶어 한다. 또 '알쓰'다. 낮에 보통 활동을 하는데, 혼자 카페 가는 것도 좋아하고, 인테리어 예쁜 신상 카페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알아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맞다. 말을 걸어주는 분들도 계시고. 근데 신기한 게 꼭 제가 안 예쁘고 특이한 행동을 할 때 말을 시키더라.(웃음) 제가 한창 영어를 배우고 있을 때 '콧구멍'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궁금해서 선생님께 질문했다. 이후 제가 지하철에서 콧구멍이라는 단어를 되게 크게 쓰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휴대폰 메모장에 '최유화 파이팅'이라고 적어서 보여주신 후 내리더라. DM을 거의 읽지는 않지만, 나중에 '영어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메시지가 온 걸 봤다. 어쨌든 늘 제가 얼굴이 부어 있거나 패션 테러리스트처럼 입고 있을 때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다. 사실 저는 평소에 성희처럼 하고 다닌다. 화장도 거의 안 하고 성희처럼 다니는데, 이제 이렇게 하고 다니면 너무 무서워 할 것 같다.(웃음) 지인들은 '커피에 약 타지 마'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올해 '이친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5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나.
▲내년에 어떤 역할이 들어올지 정말 모르겠다. 저도 빨리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은데, 제가 원한다고 되는 부분도 아니다. 제가 생일에 목 조르고 있을 줄 알았겠나.(웃음) 저는 빨리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좋은 작품에서 인사드리고 싶은 사람이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모르겠다. 다만 내가 오늘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다 보면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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