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당신에게 쓰는 서신인 동시에 나에게 쓰는 글이오.
내가 이 글을 썼다는 것을 잊을지도 아니면 이 글조차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니면 당신이
혹시나 기억을 붙들고 살게 될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쓰는 글.
내가 이 부적을 우연히 얻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인과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소.
처음에는 좌절했던 나의 꿈을 이루는 것이 그 과라 생각했고
그 다음엔 당신을 만나 인연을 잇는 것이 그 과일지 모른다고 여겼고
그 다음엔 다른 세상에서 새 인생을 사는 것이 그 과라 생각했으나
이제야 뒤늦게 깨닫게 된 인과는
목숨을 구한 인으로 내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것이 과였소.
나의 미래
나의 명예
나의 가치관
내 사람들
그리고 당신까지.
목숨을 얻으려면 다른 모든 것을 잃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소.
그중에 하나쯤은 갖고 갈 수 있다고 믿은 내가 어리석었을 뿐.
어디까지 잃어야 대가를 다 치르는 것일까.
당신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
그것조차 사치라는 걸 이제 깨달았소.
기억
우리들의 기억.
그것이 내가 잃어야 할 마지막 대가.
이제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소.
우리가 서로를 잊고 살게 될지
아니면 기억을 놓지 못한 채 영원히 괴로울지
마지막 바람이라면
나는 당신을 기억하고 싶소.
목표도 없는 여생에 그 기억조차 없다는 건 지옥일 듯 해서...
그리고 당신은
훗날 이 글을 혹시나 읽게 되더라도
누구를 향한 서신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길 바라오.
김붕도 마음을 말해주는 마지막 문장이 진짜 마음아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