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리뷰해 (76)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돌아온 한석규, ‘명품’ 연기란 이런 것
경쟁사 흥행작 속 웰메이드 호평...이게 되네?
[단소리]
# 감정까지 그려내며 미스터리를 더하는 섬세한 연출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장면에서 전달되는 감정이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십여년 전, 둘째 하준이의 사망이라는 극한 상황을 마주한 부부의 대비된 행동이 시선을 끌었다. 딸을 붙잡고 “왜 거짓말 하느냐”고 다그치며 끝내 “내가 안 죽였다”는 말을 들은 태수와 그런 상황에서조차 눈물 한방울 안 흘리는 딸 하빈을 남편에게 빼앗아 끌어안고 다독이는 엄마 지수. 방향성은 다르지만 격렬한 두 사람과는 달리 현저히 온도가 떨어지는 하빈의 어조 등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뿐 아니라 떨어져 깨져버린 유리가 가정의 파탄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타인의 감정을 못 느끼는 어린 하빈을 잡고 타인의 감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짧은 장면에서 엄마 지수의 웃음 뒤로 스쳐간 씁쓸함과 안타까움 역시 시청자들에 전달될 수 있도록 그려냈다. 무덤덤한 말투로 ‘하준이는 진짜 사고였을까. 엄마는?’이라고 묻는 하빈의 모습과 이를 들은 태수의 모습을 길어진 복도 사이로 보여주며 아연해진 태수의 심정을 시각적으로 그려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
#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진한 여운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진범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생각할만한 화두를 던진다. 단순히 드라마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장돼 ‘내가 믿는 사람이 범인이라면?’, ‘의심할 정황이 있다면 어디까지 믿어줘야 하나’, ‘무조건적인 믿음이 진짜 상대를 위하는 길인가’, ‘맹목적인 보호 역시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진 않나’, ‘의심은 어떻게 관계를 망가트리나’, ‘타인과의 관계, 거리감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등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쓴소리]
# 섬세한 연출, 그러나 처지는 속도감
미스터리 스릴러와 범죄 수사물은 특성상 긴박한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빠른 호흡으로 몰아치듯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속도감 있는 빠른 호흡이 최근 콘텐츠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친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천천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섬세하게 감정과 사건을 담아낸 덕에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여러 감정과 은유를 담아내는 느린 속도감에 ‘극이 처진다’는 불만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분위기
수사극이나 미스터리 스릴러 물의 경우 잠시 힘을 빼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한다.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에피소드를 넣거나, 희화화된 캐릭터를 통해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 그러나 이 작품은 전환할 수 있는 지점 없이 줄곧 진지하고 무겁다. 정주행으로 불리는 몰아보기가 대세인 가운데 2시간 내외 영화에서는 이런 구성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몰라도 ‘이친자’는 70분 내외, 10부작인 만큼 일각에서는 “숨을 돌릴 틈 없어 보기 힘들다”는 불평도 있다.
[흥행소리]
첫 회 시청률 5.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이친자’는 6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7.6%를 기록했다. 이후 6%대를 유지 중이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송연화 감독과 함께 연출을 했던 정지인 감독의 작품이자 경쟁작인 tvN ‘정년이’가 14.1%,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최고시청률 11.9%, ‘열혈사제2’가 최고시청률 11.9%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OTT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일주일간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시청시간 합산 결과를 토대로 집계하는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 시리즈에 지난 10월 둘째 주 4위로 이름을 올린 뒤 4주 연속 10위권에 오르고 있다. 주차별 최고 순위는 2위다. 일별 순위로는 지난 4일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쿠팡플레이와 웨이브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시청자 소리]
호
“긴 말 필요 없이 너무 재미있다”, “극본, 연기, 편집 다 너무 좋다”, “밀도 높은 작품”,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건 뭘까”, “시나리오를 보는 한석규 눈이 대단하다”, “보기 드문 웰메이드”, “연기, 연출, 음악, 각본 뿐 아니라 장면 장면의 미장센도 최고다”, “결국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불호
“마음이 불편한 장면들이 좀 있더라”, “감정 소모가 커서 끝까지 보기 힘들다”, “너무 어두워서 손이 잘 안간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작품”, “주말에 쉬면서 보기엔 힘든 드라마”, “재미있는데 답답하다”, “자녀를 대하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마음은 편치 않더라”, “한번에 풀리지 않아 전반적으로 극이 답답하다”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말이 필요없는 한석규, 탄탄한 대본, 섬세한 연출. 이게 바로 완벽 작감배(김소연 기자)
# 별점 ★★★★★
경지에 오른 한석규 연기와 괴물같은 신예 채원빈의 발견(방송국 관계자)
# 별점 ★★★★☆
유일한 약점은 대진운(방송 담당 기자)
# 별점 ★★★★
신인 연기도 끌어올린 연출의 힘(매니지먼트 관계자)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397625?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