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하는 다른 드라마도 이번주 종영이라서 거의 같이 진행한 느낌이니 그건 양해해서 봐줘!
김정진은 11월 14일 오후 진행된 뉴스엔과 인터뷰를 통해 '이친자'와 '정숙한 세일즈'를 동시에 떠나보내는 소회를 털어놨다. 이하 김정진과 일문일답.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종영해 아쉬움이 더 클 것 같은데.
▲맞다. 시작하는 시기와 끝나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겹쳤다. 두 작품이 한 번에 끝나니 아쉽기도 하고, 방송을 보면서도 연기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기쁜 사실은 두 작품이 모두 잘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잘 봐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있어서 아쉬움 반, 감사한 반이 공존하는 것 같다.
-작품의 인기를 체감할 때가 많을 것 같다.
▲저는 평소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인데, SNS로 연락이 많이 온다. 고등학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도 연락이 오고, 아르바이트 하다가 잠깐 만났던 분들이 연락을 주기도 하더라. 특히 저희 어머니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TV에서 볼 수 있고, 어른들이 많이 보는 작품이다 보니, 어머니를 통해 저에 대한 소식을 묻는 경우도 있다. 저희 어머니는 이번주면 끝나니까 벌써 아쉬워하신다. 일주일의 살아가는 낙인데.(웃음)
-'이친자' 최영민과 '정숙한 세일즈' 엄대근을 연기한 배우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무래도 배우로서 양극화된 역할을 한다는 게 좋은 기회였고, 두 캐릭터를 다르게 봐주시는 것도 좋았다. 사실 몰랐다는 반응에 대해 저로서는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저는 두 인물 모두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저에게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으로 좋게 봐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인간 김정진은 최영민과 엄대근의 어떤 점과 닮아 있나.
▲먼저 영민이는 미혼모인 김성희(최유화 분)로부터 모성애를 느끼는 인물이다. 물론 저는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랐지만, 인간이라면 본질적으로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민이의 애정결핍이 더 많이 극대화되어 표현됐지만 (사람이라면) 꼭 사랑이 아닐지라도 친구와의 관계, 가족간의 관계에서 애정에 대한 결핍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상성을 생각했을 때 (저 역시) 애정 결핍 욕구가 있다고 봤다.
또 대근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인데, 주리를 통해 인정을 받으면서 자존감도 생기고, 그런 것들을 사랑으로 느끼면서 성장해나가는 캐릭터였다. 저 역시 당연히 인정 욕구가 있다. 주변의 반응 등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 것들이 배우로서 가지는 인정 욕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를 뻗어나가긴 했지만, 그런 면에서 두 캐릭터 모두 제가 가질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두 작품 촬영 시기가 겹치면서 힘들지는 않았나.
▲'이친자'는 3월부터 10월까지 촬영했고 '정숙한 세일즈'는 6월부터 10월까지 촬영했다. 처음에는 '정숙한 세일즈'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친자'를 3월부터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근이는 역할상 (영민이와) 다른 부분이 있지 않나. 촬영을 하면서 준비를 하다 보니 '어떻게 인물을 표현해야 되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가니 '이친자'에서 영민이로서 쓴 감정의 근육과 다른 부분이 있었고, 대근이를 연기하며 오히려 해소되는 지점이 있었다. '정숙한 세일즈' 작품 자체가 코미디 장르다 보니, 분위기에 따라 현장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영민이를 연기할 때 '정숙한 세일즈'의 에너지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느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 제가 '정숙한 세일즈'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영민이의 톤이 나온 적 있었다. 지문에 나온 건 그냥 '투덜투덜' 정도였는데, 영민이는 욕할 때도 있고 급발진을 하지 않나. 감독님도 당황해서 무전기로 '대근아, 그거 뭐지?'라고 하시더라. 그날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한 날이었다. '내가 온-오프가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다.
-'소년시대' 양철홍 역시 '이친자' 최영민처럼 반삭을 한 리더였다. 차별점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텐데.
▲외형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나.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부담이 생기더라. 사실 그런 건 피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이고, 내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니 그것에 집중을 해야 했는데, 어느 순간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장르적 특성이 달랐기에 믿음이 있었다. 특히 감독님들께서 원하는 분위기도 달랐고, 장르적 재미가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나중에는 세계관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집중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보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을 안 하게 됐다. 또 다행히도 철홍이와 다르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서 안도가 됐다.
-중반까지 가장 빌런처럼 보였던 최영민이 마지막에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 부분 역시 감독님께서 설계한 부분이다. 영민이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도망 다니다 결국 폐건물 안에서 죽음을 맞지 않나. 폐건물 내에서의 신은 모두 한 번에 모아서 촬영했다. 영민이의 감정선을 배려해서 스케줄을 짜주신 거였다. 그때 감독님이 첫 신 바로 직전에 저한테 '이 건물 안에서 찍는 신들에서는 영민이가 불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가 불쌍하게 연기를 하는 건 아니었고, 저는 치열하게 무언가를 하지만, 그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봐주는 감독님이 계셨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조금 더 치열하게 생존하려고 하면서 사랑을 갈구하는 최영민을 그려냈다. 그 두 개의 충돌이 그런(연민) 모습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본방송을 볼 때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연민을 가졌다는 말을 해줘서 나름대로 뿌듯했고,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
-폐건물에서 찍은 신은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다.
▲이것저것 발로 차고 뒤집어엎는 신이 한 번 있었는데, 아드레날린이 주체가 안 돼서 발을 접질리기도 했다. 끝나자마자 병원 가서 주사 맞고 다시 가서 촬영했다. 또 성희와 신을 찍을 때 갑자기 울음이 터진 적도 있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긴 했지만, 신을 다 마친 후 집에 왔을 때는 성취감이 배로 들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명미 mms2@newsen.com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609/000092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