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사흘'(연출 현문섭·제작 메이데이스튜디오)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다.
영화는 차승도(박신양)의 딸 차소미(이레)를 구마하는 구마 사제 반해신(이민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구마는 끝난 듯했으나, 소미는 결국 목숨을 잃는다.
아픈 딸을 위해 직접 심장 이식 수술까지 집도했던 차승도는 소미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런 차승도의 꿈속에 소미가 찾아와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린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 소미의 몸에 남은 '그것'까지. 차승도는 아직 멈추지 않은 딸 소미의 심장을 위해 장례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숨 가쁘게 달린다.
동시에, 소미의 몸속 '그것'을 완전히 봉인하기 위해 반해신 사제 역시 고군분투한다. 과연 이들은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사흘'은 오컬트 호러 장르에 한국인의 정서를 한 스푼 담았다. 현문섭 감독은 "'사흘'엔 한국 장례 3일의 정서와 서양의 오컬트가 공존한다. 그 속에 담긴 가족 드라마가 차별점"이라고 자신했다.
현문섭 감독의 말처럼, '사흘'은 한국의 삼일장을 바탕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장례식이 시작되고, 1일 차, 2일 차, 3일 차에 걸쳐 소미의 몸속 '그것'과 차승도, 그리고 반해신 사제의 사투가 이어진다.
2일 차 입관까지 딸 소미를 차마 보낼 수 없는 승도의 절절한 부성애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여기에 폭주하는 '그것'의 존재감은 영상미와 미술적인 감각들로 스크린을 채워나간다.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한 공포는 관객들에게 섬뜩함을 안겨준다.
문제는 '그것'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반부다. '그것'의 뿌리가 밝혀지며 영화는 급격히 방향성을 잃는다. 개연성을 따지기도 황당할 정도다. 앞서 보여준 퀄리티와는 영 딴판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그것'은 서로 거부반응만 일어난다.
이로 인해 그나마 작품 속 승부수를 던져볼 만한 승도의 애절한 부성애마저 반감된다. 여기에 반해신의 서사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퍼져나간다. '그것'에 집중하기도, 승도의 부성애에 공감하기도, 해신의 과거에 몰입하기도 애매하다.
앞서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파묘'는 오컬트 장르 역사상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와 더불어 구마 사제를 소재로 한 '검은 사제들'까지 흥행에 성공했으니, '오컬트 호러'를 향한 관객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사흘'은 오컬트 호러도, 휴먼 드라마의 대중성도 아닌 혼란함뿐이다. 중반부까지 힘 있게 뻗어나가는 공포감은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식어버린다. 차라리 '그것'의 정체를 몰랐을 때가 더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그것'의 정체가 드러난 후 승도의 부성애에 다시 한번 집중하지만,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오히려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것'과 싸우는 배우 이레의 신들린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박신양의 애끓는 부성애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민기의 부마 사제는 담백하지만, 인물 자체에 설정과 서사가 많아 복잡하게 느껴진다.
올해 초 'K-오컬트' 붐이 일어났으나, '사흘'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진 미지수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95분.
◆기자 한줄평 : 해석하는 즐거움이라도 있었으면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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