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 드라마 중에 최고의 한편을 뽑으라면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다. 총 10부작인 '이친자'는 오는 15일 마지막 회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최종회까지 단 1회만 남겨둔 '이친자'에서는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이수현 살인사건의 진범과 전말을 밝히기 위한 아빠 장태수(한석규 분)의 마지막 분투가 예고됐다. 아빠의 의심까지도 예상했던 딸 하빈(채원빈 분)의 계획이 소름을 안긴 가운데, 끝까지 딸을 믿겠다는 태수의 선택이 어떤 엔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공중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거운 톤과 매너를 보여준다. '이친자'는 서서히 조여 오는 단단한 올가미처럼, 빠져나갈 구멍 따위는 보이지 않는 촘촘한 그물처럼 스토리가 진행된다.
회차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긴장감
드라마를 보는 동안 초반부터 이러면 얼마 안 가 긴장감이 풀려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긴장감과 무게감이 더해졌다. 한 편의 영화도 아니고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친자'는 첫 회부터 가장 최근 방영된 9회까지 쓸데없는 헛발질 한번 보여주지 않는다. 더 뭐가 있겠어 싶을 때마다 여지없이 무게추를 하나씩 더해가며 우리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덕분에 '이친자'는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무리하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억지스러운 로맨스는 물론이고, 그 흔한 분위기 전환용 코믹 장면도 거의 없다. 대사가 없는 장면마저도 허투루 내보내지 않겠다는 듯 무언의 메시지를 담아내고야 만다. 장르물로 오롯이 충실하기 위해 정공법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런 부류의 드라마가 그렇듯이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춰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보통의 경우 회차가 절반 이상 지나면 어지간한 윤곽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뭔가 달랐다. 등장인물 중 어느 누가 범인이어도 어색하지 않은 전개가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누구 하나 미스 캐스팅이라 할 법한, 연기 구멍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장태수(한석규) 배우와 장하빈(채원빈) 배우가 보여주는 호흡은 숨이 멎을 정도다. 특히 장하빈의 무표정한 얼굴, 노려보는 듯한 눈빛 연기는 탁월하다.
드라마 제목이 말하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누구일까. 가족이나 연인, 친구처럼 나를 가장 사랑해 주고 믿어준다고 여기며 신뢰했던 사람일까. 아니면 나만을 믿고 의지하고 있음에도 상대방을 차가운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일까.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내면 깊이 뿌리 박힌 편견일 수도 있겠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나를 삼켜버린 바로 그것.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람을 향한 '의심'이야말로 진정한 배신자는 아닐까.
오는 15일 마지막 회는 90분 방송으로 편성됐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맺어지게 될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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