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여는 아름답다. 비어있는 무언가 때문에 서글프고 채우고 싶어 절실해지는 까닭이다. 처음부터 부모가 없던 ‘조재미’(이유미)와 어느 순간 부모를 박탈당한 ‘해조’(우도환)가 만났다. 재미를 추구하는 남자와 존재 자체가 재미인 여자의 조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Mr. 미스터 플랑크톤>은 두 남녀의 반짝반짝 빛나는 시한부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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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있는 두 남녀가 함께 전국 일주를 나서게 된 간략한 배경은 이쯤하고, 이 시리즈는 평범한 로그라인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비범함이 있는 작품이다. 웃음, 힐링, 코믹, 슬픔, 감동 등 어떤 키워드로 접근하든지 감히 단언하건데 누군가의 인생 시리즈로 등극할지도 모른다.
일단 < Mr. 플랑크톤 >의 A부터 Z는 우도환과 이유미, 두 배우의 케미다. 요즘 남용되는 감이 없지 않은 ‘얼굴합’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우가 지닌 고유의 정서와 분위기가 그렇다.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웃고 즐거워하고 티격대격 싸우고 화내고 분노하는 등 다채롭게 표출되는 감정의 스펙트럼의 기저에는 고독, 외로움, 쓸씀함, 서글픔, 애잔함이 깔려 있다. 그렇기에 그 위에 어떤 감정을 믹싱하던 특유의 색채를 만들어 낸다. 두 배우가 만나 발휘된 시너지는 이 시리즈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특히 우도환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극 중 우도환이 건물주인(이엘)을 표현하길 ‘엄마이자 누나이자 연인이자 집주인’이라고 하는 대사처럼, 그는 ‘아들이자, 동생이자, 남친이자, 세입자’ 같이 순수했다 퇴페적이었다가 나쁜 남자였다가 다정한 남친이었다가, 여러 층위의 얼굴을 순간순간 꺼내들며 상대역인 ‘재미’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를 홀린다.
명랑 소녀 같은 이유미의 씩씩한 행동과 환한 웃음은 해조의 시니컬함을 걷어내곤 하지만, 언뜻언뜻 드러나는 여린 속살은 시청자의 마음을 콕콕 따갑게 한다. 이 둘이 마주하는 장면 장면은 설렘과 간지러움 사이에 따끔따끔함과 안쓰러움이 공존하여 묘하게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미덕을 꼽는다면, 미술팀의 활약이다. 정겨우면서도 예쁘고 현실적이면서도 어딘지 동화 같은 화면 구성과 공간으로 비극과 희극, 눈물과 웃음, 절망과 희망, 이별과 만남의 상반된 정서를 조화롭게 한 영상 안에 담아냈다.
서울에서 남원, 남원에서 부산, 또 어딘가로 향하는 한적한 도로와 이정표, 인공미 없는 고즈넉한 풍경은 그 자체로 대리 여행을 떠난 듯한 로드무비의 바이브를 보인다.
<디어 마이 프렌즈>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까지 다양한 장르의 메가폰을 잡아온 홍종찬 감독과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호평받은 조용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관록의 홍 감독과 사려 깊은 조 작가의 시선이 만나 탄생한 < Mr. 플랑크톤>. 마음이 허할 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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