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영와 지욱은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해영은 1층 현관으로 가고, 지욱은 그런 해영의 뒤를 지나쳐 계단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지욱의 구두소리를 들으며 고민하던 해영은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멀어지는 지욱을 불렀다.
"지욱아"
해영의 부름에 지욱이 멈췄다. 해영은 조심스레, 그 날 옥상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기다려줄래?"
"천천히 씻어요 쉬고 있을 테니까"
"아니 그거 말고."
시간이 좀 지났으니 못 알아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영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지욱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 했다.
"나는 신사업, 고과, 승진 그런 계산 안 하고 가짜 결혼 들킬까 봐 걱정하지 않고, 딱 너만, 딱 우리만 생각할 수 있을 때 유치해도 '오늘부터 1일' 시작하고 싶어"
그제야 지욱의 머릿속에, 그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가 썸도 타고, 연애도 진짜로 하면 좋겠어요? 그거..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손님이 원한다면'
설마, 손님, 그거.. 내 말에 대한 대답이야?
"그 말은..."
손님..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요?
"이 말 하려고 했어, 그 날. 안우재 때문에 망쳤지만."
손님의 대답 못 들을 줄 알았는데. 그냥, 나 혼자만 들뜨고 좋아하고, 혼자서 설레발 쳤던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었구나. 손님도 내게.. 마음이 있었어.
내 마음이, 손님에게 닿아 있었어.
'지욱아, 아까는...'
그러고 보면, 분명 손님은 그날 옥상에서 마지막에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더 듣지 않고 매몰차게 밀어냈지. 나야말로 손님 마음도 모르고. 지욱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고, 해영은 지욱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기다려줄 수 있어?"
당연하죠. 당연히 기다릴 수 있죠. 지욱은 벅찬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기다릴게요.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기다리던 답을 들은 해영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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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생은 내게 글을 찌게 하지..
꿀벌들아 꿀맛나는 저녁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