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강빛나 판사는 형을 가볍게 내린 후 그를 지옥으로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죄인이 역지사지로 자신이 행했던 모습으로 벌을 받는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이는 마치 범죄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제작진과 작가님의 바람이 묻어난다고 느꼈습니다. 연출 하실 가장 신경 썼던 지점이 궁금합니다.
A. 빛나의 처단방식이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은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죄인(살인죄)에게 피해자의 고통을 똑같이 경험시키고 처단한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방식은 우리 조이수 작가님만의 신박하고 독특한 설정인데요. 보라색으로 변한 눈으로 악마를 리얼하게 연기한 박신혜 배우의 환상 연기를 특히 사랑해 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처단 시퀀스 연출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점은 빛나의 표정과 말투, 심정이었습니다.
2화 문정준을 처단할 때는 악마로서 할 일을 하고 지옥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라는 심정으로 신나게(저나 제작진 심정 아니고요, 캐릭터가요) 하죠. 4화 배자영을 처단할 때도 그저 악마에게 주어진 일일 뿐 비슷한 심정이지만 조금은 분노한 감정(어린아이를 학대했으니까요. 빛나는 인간을 무척 싫어하지만 어린아이들을 좋아하고 믿는답니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6화 양승빈을 처단하면서 빛나가 조금씩 인간화되기 시작하는데요.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된 다온이에 대한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가슴이 아파 오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양승빈에게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8화 최원중을 처단할 때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발전해 인간에 대한 큰 사랑도 느끼게 됩니다. 분노도 커지고요. 이후 누나를 잃은 다온의 아픔에 눈물까지 흘리죠. 14화 마지막 정태규 처단 때는 거의 인간화된 모습과 감정으로 일처리(처단과 뒷정리)를 하게 됩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 고이 모시기까지 하죠. 이건 더 이상 일처리가 아니고 피해자와 유족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 충만해지면서 신념이 되어버린 거죠.
Q. 처단하는 과정에서 특히 노조위원장을 죽인 최원중을 놀이공원 대관람차 안에서 단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죄인을 단죄할 때 장소 선정에 가장 신경 쓴 지점도 궁금합니다.
A. 처단할 때의 로케이션은 상황에 맞게 이루어졌는데요, 문정준은 주로 집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폐가에서 배자영은 자신이 남편 현수를 수장시켜 살해했던 강가에서 양승빈은 본인이 해리성 정체성 장애(다중인격)연기를 했기 때문에 연극무대처럼 소극장에서 꾸며봤고요. 최원중은 원창선을 청부 살해하기 전까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즐겼기 때문에 놀이공원 대관람차에서(본인이 박제한 강아지 미니가 잠든 철장 같아 보이지 않나요?) 처단했고요. 정태규는 주로 살인을 저지른 곳이 집안이었기 때문에 별장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추천합니다! 시청자들께서도 각각의 처단 시퀀스만 떼어서 다시 보시게 되면 빛나의 표정과 말투에 심정이 묻어 나오는 것을 또 한 번 재미있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판 끝! 이라고 말하는 마지막 대사들의 뉘앙스가 다 다르고 표정도 다 다르니까요. 이 모든 시퀀스는 치밀하게 짜인 대본과 박신혜 배우의 분석, 몸을 사리지 않은 괴물 같은 연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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