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욱과 해영은 집들이에 온 손님들을 보내고 바쁘게 뒷정리를 했다.
“상은 접어서~”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은 해영이 거실 정리 요령을 알려주려 했으나, 뒤를 돌아보니 이미 지욱은 상을 접고 거실을 청소기로 청소하고 있었다. 소리내서 시키기도 전에 필요한 부분을 캐치하고 처리하는 사람. 착하고 성실해서,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
‘지욱이 인기 많았는데.’
‘지욱이가, 너무 착하잖아요.’
해영은 자기도 모르게 아까 기운이 했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인기 많을 만.”
“네? 뭐라고 했어요?”
해영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지욱이 청소기를 껐다. 해영은 지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는 피해자가 아니라, 손해영 팀장의 남편입니다.’
너무 착해서, 길고양이 임보해주는 조건으로 말도 안 되는 가짜 신랑 알바 해주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당해서 곤란해진 날 외면하지 못하고 구해주려고 달려오고. 이렇게 나 때문에, 억지로 우리집에 들어와서 가짜부부 연기까지 하고.
“생각도 못했는데, 미안해”
해영의 뜬금없는 사과에 지욱은 자신이 잡고 있는 청소기를 보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 거실 청소시키는 걸 미안해하는 거야? 손해영이?
“옥탑방 청소에 비하면, 이거는 뭐.”
“그게 아니라, 인생에 한 번 뿐인 신입시절을 이렇게 쓰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라뇨?”
“동기들하고 많이 어울리고, 썸도 타고, 연애도 실제로 해야 될 때인데 나 때문에 못 하잖아. 가짜 부부인 척 해야 돼서”
자신의 앞길에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느라 지욱을 이리저리 이용한 게 미안해진 해영이 진심으로 사과했고, 지욱은 그런 해영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여자친구도 없고, 썸타는 여자도 없지만, 특별한 여자는 있어요. 손님, 내 아내.’
‘그래도, 좋아, 좋아해.'
‘지금도 손님 껀데.’
그렇게 난 손님 꺼고, 손님이 나에게 특별하고 당신이 좋다고 누누이 말한 거 같은데, 도대체 내가 한 고백들은 다 어디로 알아들은 걸까. 지욱은 물었다.
“내가 썸도 타고, 연애도 진짜로 하면 좋겠어요?”
“응”
해영은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욱은 다시 한번 물었다.
“진심으로?”
해영은, 조금 고민하더니 조금 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손님이 원한다면”
말을 마친 지욱이 천천히 해영에게 다가갔다. 지욱과 해영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해영의 앞에선 지욱의 얼굴이 해영의 얼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놀란 것도 잠시, 해영의 눈은 스르륵 감기었다.
‘나는 몸이 가야 마음이 가거든?’
먼저 다가오지 않은 걸 보니, 아직인 건가. 지욱은 키스를 기다리는 듯한 해영을 한번 바라보고, 해영의 옆에 있는 옥탑방 키로 손을 뻗었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에 해영의 눈이 떠졌고, 키를 집어 든 지욱의 손을 발견하였다.
“내가 말했죠? 내 몸은 마음이랑 세트라고. 내 몸은 내 마음이 간 곳에 와 있어요.”
지금 이 집에, 손님의 곁에. 내 몸과 마음이 다 있어요. 기다릴테니, 다가와 줘요.
지욱은 자신이 머무는 곳을 의미하는 옥탑방 키를 해영의 눈 앞에 흔들어 보였고, 그 순간 멀리서 애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괜히 머쓱해진 지욱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해영을 보고 말했다.
“올라갈게요.”
지욱이 떠나자, 남겨진 해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한숨을 토했다.
-
옥키 앞부분에 날렸던 거.
늘 말하지만 지욱이 감정선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쓰기 때문에 반박시 덬들의 말이 다~~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