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편 기다리게 만드는 추리의 향연…
정교하고 섬세한 연출로 긴장감 극대화
그리고 인적 없는 산 속의 허름한 창고에서 2리터 가까운 피가 발견되며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장태수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가출팸 소녀 송민아(한수아)가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 딸이라는 증언을 듣게 되고, 창고가 있던 대화산이 딸이 훔친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켜진 위치임을 알게 되고, 현장에서 발견된 빨간 섬유가 딸이 가방에 걸려 있던 가방고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심지어 이후 인근에서 발견된 다른 백골 시신도 딸과 관련 있는 인물임을 알게 된다. 이러니 초반 시청자의 입장은 장태수에게 동조된다. 딸을 믿지 못하는 장태수의 처신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속속들이 드러나는 정황증거가 모두, 하빈이 이 사건과 아예 무관한 인물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수의 의심이 합리적이라 느껴질 무렵, 우리는 뒤통수를 맞는다. 태수와 이혼하고 최근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태수의 전처이자 하빈의 엄마 윤지수(오연수)가 전혀 의외의 장소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4화 엔딩은 장하빈과 장태수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태수의 입장에서 하빈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은 더더욱 충격이었고. 여기에 살해당한 송민아가 속해 있는 가출팸 리더 최영민(김정진)과 가출팸 무리가 사는 집주인 김성희(최유화), 그리고 하빈의 1학년 때 담임이었던 박준태(유의태)가 모종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데다, 셋 모두 백골 시신으로 밝혀진 하빈의 친구 이수현(송지현)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다단해진다.
의심하고 의심받고, 또 다른 사람이 의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그러다 의심을 하는 주체 또한 의심스러워지는 이야기. ‘이친자’는 장태수 같은 인물은 물론 시청자까지 끝없는 의심의 굴레로 밀어 넣는다. 그 의심의 과정은 전혀 억지스럽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쫀쫀한 대본의 힘이 크고, 대한민국이 다 아는 한석규의 장악력이 뛰어나고, 한석규와 합을 맞추는 딸 하빈 역의 신예 채원빈의 몰입도 훌륭하기에 그렇다. 각각 이성과 감성을 대표하는 듯한 범죄행동분석팀원 이어진(한예리)과 구대홍(노재원) 경장의 대립과 조화도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들인 연출의 힘이 돋보인다. ‘이친자’를 상찬할 요소는 차고 넘치는데 그 모든 요소를 매끄럽게 그러안는 힘이 정교하고 섬세한 연출에 있다. 명암과 그림자의 적절한 활용, 대립과 상하 등 다양한 앵글로 인물의 심리와 상황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솜씨가 엄청나다. 딸에 대한 의심과 고통 사이 괴로워하던 장태수가 딸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를 비추는 신은 ‘이친자’ 팬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 ‘이친자’의 연출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정지인 PD와 함께 공동 연출한 송연화 PD가 맡았는데, 같은 시기 방영 중인 인기작 ‘정년이’의 연출을 정지인 PD가 맡고 있는 점도 시청자 입장에선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친자’는 10부작 중 이제 5화까지 방영됐다(10월 31일 기준). 그러나 아직까지 사건의 명쾌한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이 각본은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 원작이 없는 창작 각본인지라 시청자들은 코난에 빙의된 듯 열심히 추리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송민아와 이수현을 죽인 범인이 누구이고 왜 죽였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더 중요한 포인트로 보이지만. 잘나가다가 결말에 이르러 용두사미로 끝나는 작품들을 여럿 봐왔지만, ‘이친자’만큼은 그렇지 않으리란 기대가 크다. 아직까지 ‘이친자’가 아니라면 바로 시청을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큼은 그렇지 않으리란 기대가 크다. 아직까지 ‘이친자’가 아니라면 바로 시청을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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