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를 벗은 해영은 지욱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쎈척은 혼자 다 하더니, 죽었네 죽었어. 해영은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지욱의 다리를 툭 치며 소리쳤다.
“너 쇼파가서 자!”
해영의 고함에 지욱은 힘없이 일어나 자켓을 벗었다. 그리고 뒤를 돌았을 때, 지욱의 눈에 해영이 목걸이를 빼기 위해 낑낑대는 것이 들어왔다. 지욱은 해영에게 다가가 해영의 손을 가볍게 터치해서 내리게 한 뒤 해영의 긴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정리했고, 갑작스런 지욱의 행동에 놀란 해영은 굳어서 눈만 깜빡댔다.
“내가 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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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욱은 다정하게 말하며 해영의 머리를 넘기고, 조심스레 목걸이의 걸쇠를 풀었다. 살갗이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푸는 지욱의 행동에 해영 역시 긴장이 되서 몸이 굳었고, 목걸이를 든 지욱의 팔이 등 뒤에서 자신의 앞쪽으로 다가올 때, 지욱이 등 뒤에서 안아오는 기분이 든 해영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런 해영을 아는지 모르는 지, 지욱은 자신의 손바닥에 목걸이를 정리해서 올려둔 뒤, 다시 해영의 손에 건내 주었다.
“여기요.”
묘한 설렘에 해영은 지욱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고, 간신히 감사 인사만 건냈다.
“응 고마워.”
그리고 괜히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깊게 숨을 쉬고, 손에 반지를 빼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지욱의 손이 반지가 끼워져 있는 해영의 왼손을 감싸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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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지는 빼지마요.”
뜻밖의 말에 해영이 다시 지욱을 바라보았다. 지욱은 해영에게 눈을 고정한 채, 투정 부리듯이, 재차 부탁했다.
“빼지 마.”
“지욱아, 이거는…”
”내가 우선이고, 내 편이잖아. 반지 끼고 있는 동안은.”
'남편! 할머니는 손자보다 딸이 우선이었지만, 나는 내 남편이 우선이야.'
‘왜 자꾸 남편이라 불러?’
‘우리 아직 가족이야!’
불현듯 해영은, 결혼식 다음날, 공항에서 했던 자신의 행동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지욱이 반지를 산 이유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산 거야?”
내가 했던 그 말 때문에? 지욱은 부끄러운 마음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니 편이었으면 좋겠어?”
지욱은 해영과 시선을 마주치며, 조금은 민망한 얼굴로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술이 오른 지욱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그런 지욱의 모습이 꼭 순한 강아지 같아서, 또한 답지 않게 투정부리는 게 꼭 아이같아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해영은 자기도 모르게 지욱에게 말하고 말았다.
“너 되게 귀엽다.”
해영의 말에 지욱도 옅게 웃었고, 그렇게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밤은, 술에 취해 둘 모두 기억하지 못하게 된, 기억 저 편에 숨겨진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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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찾는데 도움을 준 천사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