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손보싫 화면해설 #5 – 어떤 관계의 종말(12화, 납골당 이별) (지욱 시점)
436 11
2024.10.23 22:15
436 11

*주의* 전적으로 원덬이의 뇌내 망상임.. 반박시 니네 말이 다 맞음.. 

 

 

어머니는 어느 추운 저녁에 조용히 돌아가셨다. 아직 손님과 화해하지 못한 채로, 나와 손님이 함께 찾아가 볼 기회도 주지 않으시고, 그렇게 멀리 떠나셨다.

어머니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던 손님은,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우고는 다급하게 엄마에게 가야 한다는 말만 했다. 어딘가 혼이 나간 사람처럼 구는 모습에 놀란 내가 손님의 이름을 몇 번 부르고 나서야 정신이 든 손님은,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나는 손님을 꼭 안고 등을 쓸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슬픔도 잠시, 손님은 매우 바빠졌다. 장례식에 필요한 물품을 고르고 빈소를 차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어머니의 손님도 많았고, 손님의 손님들도 많았다. 우리 할머니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이 북적대는 빈소는 쓸쓸하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손님의 집에 머물다 갔던 위탁아들이 모두 함께 있어 주었다. 그것도 3일 내내. 말은 안 해도 손님은 굉장히 든든한 눈치였다.

 

조문이 뜸해진 사이, 손님은 상주 명단을 보며 쓸쓸히 서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펜과 종이를 들고 손님에게 갔다.

 

“가짜 신랑이랑 가짜 결혼도 했는데, 가짜 상주는 안돼요?”

 

곧 손님은 빼곡히 이름을 적어서 들고 왔다. 내가 마지막에 있는 걸 보니, 그 집에 머물렀던 위탁아들의 이름이었던 것 같았다.

 

“내가 막내 아들이네요?”

“널 사위 김지욱으로 올리고 싶진 않았어. 내가 알기 전부터 너는 이은옥의 아들이었을 테니까."

 

https://img.theqoo.net/aSnerT

 

"고마워 지욱아. 엄마 옆에 있어줘서.”

 

손님은 물기어린 눈으로 웃으며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숨기는 것 없냐는 질문에 대답을 피하고, 끝까지 어머니와 한 약속을 들키지 않으려고, 손님을 속이려 했던 날 용서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손님을 안고, 손님의 용서를 얻게 되면 하려고 했던 말을 했다.

 

“이제, 손님 속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약속할 게요.”

 

 

 

 

어머니는 우리 할머니의 맞은편,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의 옆자리에 안치되었다. 어머니 앞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고 떠나는 길에, 나는 어머니께 약속했다.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대신 손님 옆에 있을 게요. 손님 손 놓지 않을 게요.’

 

그래서, 손님이 외롭지 않도록 할 게요.

 

pUkiWO

 

 

납골당을 나와, 손님과 나란히 걸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장례를 치르느라, 손님은 많이 지쳐 보였다. 조심스레 손님의 손을 잡으니, 손님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머니하고 약속해서요. 손님 손 꼭 잡아주겠다고."

 

https://img.theqoo.net/voXmib

 

잠시 후, 갑자기 손님이 걸음을 멈추고 말간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지욱아. 이제 아무 약속 안 지켜도 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손님이 말을 이었다.

 

"너는 자유야. 이제는 지켜야 할 사람, 지켜야 할 약속 없이 너만 지켜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는 평생 엄마, 할머니, 우리 엄마를 위해서 살았잖아. 캐나다에 있는 엄마 보고 싶은 것도 참고, 내가 좋은 것도 참으면서.”

 

손님은, 시골집에서 내게 했던 말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나겠지. 나를 지키고, 나하고의 약속을 지키느라, 너는 또 어떤 감정들을 참아낼까?"

"그건, 누구나 사랑하면 다.."

"미안한데, 나는 너의 삶의 이유, 존재의 이유까지 되고 싶진 않아."

 

그치만 손님. 할머니의 유언, 엄마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손님 옆에 남기로 결정했던 그 밤, 내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사랑을 고백했던 그 밤, 우리가 함께 보낸 그 밤부터, 이미 손님은 내게 그런 존재였는 걸. 손해영 너는, 내가 사랑하는 내 아내는, 이미 나의 삶의 이유이고, 존재의 이유인 걸.

 

"그거는.. 너무 버거워, 지욱아. 너무 무거워.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그냥 곁에 있게만 해주면 되는데도?  예상치 못한 말들에 어느새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손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손님이 반지를 빼고 있었다. 난 황급히 손님의 손을 잡았다.

 

https://img.theqoo.net/gKLuEU

 

안돼요. 싫어. 나한테 이러지마.

 

감히 소리내어 애원하지는 못하고, 절박한 눈으로 손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손님이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지욱아,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나를 지켜줘. 내가 나일 수 있게."

 

불현듯 가짜 결혼식을 준비하던 어떤 날이 떠올랐다.

 

‘내가 걱정되요?’

‘응.’

‘사람들이 널 기억할까봐. 나는 손해보는 것도, 주는 것도 싫어하거든.’

 

잊고 있었다.

사실 손님은 손해보는 것도 싫지만, 주는 건 더 싫어한다는 걸.

 

그리고 내 마음만 생각하느라, 간과했다.

손님이 상대방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애정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애정은 손해영 식 손익계산으로는 탈락일 수도 있다는 것을.

 

https://img.theqoo.net/KglHut
 

손에 힘이 쭉 빠졌고, 결국 내가 처음으로 욕심냈던 관계를 의미하는 징표가 내 손에서 사라졌다.


https://img.theqoo.net/VseMik

 

손님은 나를 등지고 떠났고, 나는 그 자리에 홀로 남겨졌다.


mMkMQf

 

정신을 차려보니 할머니 앞에 서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을 보니 서러워져서 다시 눈물이 났다.

 

https://img.theqoo.net/nlUyay
 

할머니, 나는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주기보다는, 도움을 주고, 그렇다고 이용당하지도 않는. 태어날 때는 내 맘과는 다르게 엄마와 할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주고, 약속한 건 지키려고 했어. 이런 날 다들 날 천사라고 하고, 의인이라고 했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런 내가 손님은 부담스럽대. 이제는 누굴 지키거나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말고 나를 돌아 보래.

 

그런데 사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한참동안, 할머니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로셀💜 뽀얀쫀광피부를 만들 수 있는 절호찬스!! 100명 체험단 모집 476 02.22 61,49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039,62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556,39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010,98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7,769,131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2/27 ver.) 56 02.04 154,622
공지 알림/결과 ───── ⋆⋅ 2025 방영 예정 드라마 ⋅⋆ ───── 110 24.02.08 2,600,990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2,642,976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3,760,226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4 22.03.12 4,897,033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8 21.04.26 4,014,08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4,059,859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71 19.02.22 4,188,08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4,337,199
모든 공지 확인하기()
4848 후기(리뷰) 원작 모르는 원덬의 퇴마록 후기 2 02.26 326
4847 후기(리뷰) 오늘 개봉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관객 반응 9 02.26 404
4846 후기(리뷰) 퇴마록 3 02.26 219
4845 후기(리뷰) 영화 키친 결말에 대한 깊생.... ㅅㅍ 13 02.25 762
4844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참 아프면서 따뜻한 데칼이었던 윤휘 5 02.24 212
4843 후기(리뷰) 별물 와 망드는 보통 총체적 문제인데 이건 독보적 내용이 문제네 02.23 356
4842 후기(리뷰) 퇴마록 가족끼리 보고옴!!!! 1 02.23 254
4841 후기(리뷰) 퇴마록 ㅜㅜ 존잼이네 5 02.23 354
4840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서인이 구덕이 처음 만난 날 그의 마음은 4 02.23 242
4839 후기(리뷰) 지배종 지금 막 다보고나서 쓰는 럽라가 있는가 디플인데 돈내고 볼만한가에 대해 5 02.22 492
4838 후기(리뷰) 퇴마록 원작팬 보고 쳐울다 나온 후기(ㅅㅍ) 11 02.22 711
4837 후기(리뷰) 한국 판소의 미래는 애니다 -퇴마록 봐야할 덬 리스트.txt 내맘대로 정리함 2 02.21 275
4836 후기(리뷰) 지배종 마지막에 해커말인데 (스포) 1 02.21 212
4835 후기(리뷰) 지배종 배우들 넘 맘에 들어 02.20 204
4834 후기(리뷰) 지배종 이제야 봤는데 너무재밌어 5 02.20 357
4833 후기(리뷰) 옥씨부인전 승휘의 11,12회 감정들 적어봄 11 02.20 457
4832 후기(리뷰) 미키17 시사회 후기 약스포 5 02.20 663
4831 후기(리뷰) 트리거 추자현 조해원 결말에 대한 감상 ( 초 강스포) 3 02.20 606
4830 후기(리뷰) 지배종 8화 주차장 씬은 그 대사까지 완전 멜로 그자체임. 9 02.19 326
4829 후기(리뷰) <첫 번째 키스> 시사회 주관적인 후기 8 02.19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