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서는 이만큼 크게 상상해 본 적 없었음
문득 왜 저렇게 큰 공간으로 나왔을까 생각해봤는데
영수의 집=우주라고 생각했어
영수랑 영이가 함께할 때 우주 안에 있는 것 같았다는
내레이션처럼 영수의 세계 전부
저 집 안에 담겨있는 것 같았어
근데 가구나 사물이 많진 않아서
공간의 크기만큼 여백이 더 크게 다가오는 형태고
그래서 그 곳에 사는 영수는 더 작은 점같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부터 우주 속에서 홀로 떠도는 느낌?이랄까
영수 대사처럼 외로울 수 밖에 없던 시공간같았음
근데 거기에 밝은 성운같은 영이가 찾아서 들어온 거고
이제 혼자가 아닌 둘이니까
영수의 공허함도 좀 더 사그라들게 된 거고
실제로 둘이 있는 집씬 대체로 어둡거나 은은한 빛이 감도는데
특정한 순간엔 엄청 밝게 연출 돼
(영수가 직접 마중나오고 영이가 달려와 안기고
둘이 들어가고나서 전환된 주방씬)
난 이것도 다 의도된 것 같았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볼 때도
영수집 검은 철제문이 유독 무겁고 두껍게 느껴져서 눈에 띄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것도 현실과 집(영수) 사이를 가르는
장벽같은 상징이겠다 싶더라
철학수업을 꾸준히 듣고 평소 철학서 편집을 하고
그냥 저 집 안에 살면서 영수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지 왜 이 꼴이지 온갖 잡다한 생각에
반복적인 사유를 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누군가한텐 그냥 기만이고 자기연민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그 거대한 우주에 갇힌
정말 불쌍한 인간이구나 싶었음
레스토랑 갔다오고 저 집 안에 틀어박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상상해봤는데
그냥 온통 어둠뿐이라서 마음이 좀 그래
편지에서 1년이 10년같았다는 표현도 괜히 마음에 남고
집안에서는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적극적이고 다정했던 인간인데...
그래도 개새끼는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