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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손보싫 화면해설 #4 - 사랑해. 사랑해, 손해영(10화 차단키스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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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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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많이 났겠지? 이걸로 잘 해결되어야 할텐데. 지욱은 갖은 생각을 하며 해영에게 줄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여느 때라면 환하게 불이 켜져 있어야 할 집이 여전히 컴컴해서, 지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안 들어왔나?”

 

그러나 지욱이 1층 현관을 연 그 때 불이 켜졌다.

 

“뭐해요?”

 

자세히 보니 해영이 차단기 앞에 서 있었다.

 

“차단기가 내려가서.”

“아, 내가 내일 확인해 볼게요.”

 

해영은 말없이 빙그레 웃으며, 지욱이 들고 온 꽃다발을 바라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꽃이네? 내 거야?”

“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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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고마워. 밥 안 먹었지? 나도 안 먹었는데.”

 

꽃을 받은 해영이 작게 감사 인사를 하고 지욱의 끼니를 물었다.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아침에 화를 내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냐, 떠난다더니 아직도 안 갔냐며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때리고 대거리를 해야 맞았다. 지욱은 조용히 해영을 불렀다.

 

“손님.”

“응?”

 

해영은 차분한 얼굴로, 지욱을 바라보았다. 이것 봐. 이상하잖아.

 

“왜 화 안내요?”

“내가 화낼 일이 뭐가 있어?”

“내가 말 안 했잖아요. 떠날 수도 있다고.”

“말 안 할 수도 있지. 근데 언제 떠날 건지는 말해줘. 침대는 좀 아깝다.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뭐 먹을래?”

 

그럴 수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등을 돌린 해영에게, 지욱은 묘하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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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야?

 

서늘한 지욱의 말에, 해영이 다시 등을 돌려 지욱을 바라보았다.

 

“내가 떠날 수도 있는데. 다신 못 볼 수도 있는데.”

 

결혼식 끝나고 숨었던 나에게 수십 통의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으면서. 고작 그 하루짜리 신랑 알바에게도 그랬으면서.

 

“그게 다냐고.”

 

해영은 그런 지욱에게 시선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https://img.theqoo.net/VBSnwy

“이 집에서, 언니, 오빠, 동생으로 같이 산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한테 남은 건, 자연이랑 희성이 밖에 없어. 가족처럼 살다가, 가족이었다가, 그렇게 남이 돼서 멀어지는 거? 나 너무 익숙해.”

 

그제야 은옥이 위탁가정을 오래했다는, 해영의 말이 떠올랐다. 지욱은 옅게 한숨을 쉬었다. 해영은 지욱 자신을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 아니라, 단지 사정이 생겨서 이 집에 잠시 머물렀던 사람과 똑같이 보고 있었다. 그래, 그렇구나. 손님에게는,

 

“나도 그중의 하나구나”

“너 가야 되잖아“

 

할머니 유언 지키고, 엄마 지키기 위해서, 너는,

 

“갈 거 잖아”

 

내가 뭐라고 하든, 이 집에 머물렀던 언니 오빠 동생들처럼, 너도 떠나야 하는 순간에는, 가야만하는 거 잖아. 그러니까,

 

“그냥 가.”

 

전등이 깜박거리다가, 차단기가 내려갔다. 전등이 모조리 꺼져 어두워진 집 안에서, 어느새 해영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고, 지욱은 쓸쓸한 얼굴로 해영을 바라보았다. 나, 떠나야 하는구나. 떠나야 겠구나. 그 언젠가 약속했던 것처럼, 손님이 원하면 떠나겠다던 그 말처럼.

 

“알았어요. 갈게요. 저녁은 혼자 먹어요.”

 

지욱은 조용히 등을 돌려 나갔다. 곧 쾅. 하고 현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해영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개새끼.”

 

들고 있던 꽃다발을 바닥에 내팽겨치며 화풀이를 했다. 엉망으로 부서진 꽃들을 보며 해영은 더욱 서러워졌다. 그렇게 말해도 다 안다며.  네 눈엔 다 보인다며! 평소에는 내가 돌려 말하거나 거꾸로 말해도 잘만 알아듣더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지키겠다고 날 떠나겠다는데. 서러움에 점점 더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때 쯤, 차단기가 올라가며, 집 안이 환해졌다.

 

지욱은 해영을 한번 보고, 바닥을 보았다. 엉망이 된 꽃다발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해영의 얼굴이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담담한 척 하더니, 이렇게 화를 내고 울고 있었구나. 지욱은 조금 전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울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속상해졌다. 지욱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엉망이 된 꽃다발을 정리했다.

 

https://img.theqoo.net/QDOCLP
 

“가짜 신랑 해달라고 해서 했을 때는 천사견이라고 하더니, 가라고 해서 가니까, 개새끼야?”

“할머니 돌아가셨어. 돌아가신 할머니 말 안 듣는다고 더 잘못될 게 있어?”

“손님.”

“엄마? 엄마가 너한테 뭐 해 줬는데? 한 번이라도 너 안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있니? 그런데도, 할머니 유언 지키려고, 엄마 지키려고, 떠난다고? 야! 넌 개새끼도 아냐. 그냥 등신 머저리 개호구 새끼야! 알아?!”

 

그래. 해영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지욱 때문에 인생을 망칠뻔한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지욱은 그녀의 말처럼, 등신 머저리 개호구 새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영은 왜, 지욱이 해영 자신을 위해 떠난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할까. 자신이 떠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해영이라는 것을 왜 몰라줄까.

 

지욱은 가만히 망가진 꽃다발을 보았다. 분명 곱게 포장해서 잘 전달해주고 싶었지만, 이내 던져져서 망가져버린 이 꽃다발이 해영을 향한 지욱의 마음과 겹쳐 보였다. 지욱은 꽃다발을 가만히 내려두고 해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로, 엉망이 된 얼굴로, 해영은 지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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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너도 없어.”

 

내가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인, 할머니, 엄마처럼,

 

“손해영 너도, 나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을 사랑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해.”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지욱은 용기를 내 말했다. 그리고 지욱은 천천히 해영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지욱이 다가오자 해영의 눈이 감기었고, 짧게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그리고 지욱은 해영의 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떨면서도, 다시 한번 말했다.

 

“사랑해, 손해영.”

 

https://img.theqoo.net/rqGhYU

달콤하기는 커녕, 한없이 애처로운 얼굴로 자신의 사랑을 고하는 모습에, 해영은 지욱의 얼굴을 감싸고 키스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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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맞닿고 나니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해영은 지욱의 목을 끌어안았고, 지욱은 화답하듯 해영의 허리를 감쌌다.

 

조금씩 입맞춤이 격렬해지면서 해영의 손에 지욱의 코트가 벗겨졌다.

 

https://img.theqoo.net/aYFDSX
 

정신없이 키스하는 그 와중에도 해영이 벽에 부딪힐까봐 지욱은 몸을 돌리고,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장 서로의 입술을 다시 붙여왔다.

https://img.theqoo.net/PcSyaG

 

쾅. 갈곳 잃은 지욱의 손이 해영의 방 문고리를 잡는 소리에 두 사람이 잠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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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말해.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영이 채근했다. 지욱은 잠시 해영의 입술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말하고 있잖아”

 

곧 다시 지욱의 입술이 해영의 입술을 삼키고, 지욱의 손에 해영의 방문이 열리며 지욱이 해영을 방 안으로 이끌었다. 잠시 후 전등이 깜박거리면서 차단기가 내려가고, 다시금 해영의 집이 어두워졌다.

 

일하기 싫어서 써왔다..

하.. 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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