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답변도 안하는 놈이 네버스탑은. "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정도로 안풀릴 줄이야. 해영은 끊긴 대화를 보며 불평을 하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굵은 장대비가 쉴새없이 쏟아지는게, 쉽게 그칠것 같지는 않았다. 아침에 속눈썹 안세워질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한숨을 쉰 해영이 흰 우산을 피고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같은 시각, 간단히 요기를 한 지욱이 편의점 창 밖을 바라보았다. 분명 올 시간이 되었는데.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 때, 우산을 쓴 해영의 모습이 보였다. 지욱은 급히 문을 열고 나가며 해영을 불렀다.
"손님!"
"어?, 좋은 아침."
발걸음을 멈춘 해영이 지욱을 발견하고 어색하게 인사했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지욱은 물었다.
"가짜 결혼식, 진짜 할꺼에요?"
"응."
실없는 놈. 그걸 왜 또 물어. 해영은 탐탁치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꼭 할꺼란 거죠?"
"몇 번을 말해."
분명히 알아들었을 텐데, 지욱은 재차 확인했고, 해영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 아침은 진짜 되는 일이 없네. 해영이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지욱이 해영의 앞을 막아섰다. 얘 뭐야. 바빠 죽겠는데. 해영은 당황스러웠다.
"뭐해 비켜. 나 출근해야 돼."
"잠깐 실례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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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욱이 불쑥, 해영의 우산속으로 들어왔다. 당황한 해영이 한발 뒤로 물러섰으나, 해영이 물러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지욱이 다가왔다.
"뭐, 뭐하는 거야?"
당황한 해영의 물음에 지욱은 전혀 엉뚱한 말로 반문했다.
"괜찮아?"
"뭐가?"
"가슴이 뛴다거나, 호흡이 가빠지거나, 간지럽거나"
뭐야. 지금.. 방금 자기 행동에 설렜냐고 묻는 거야? 기가 찬 해영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허우. 아니?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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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에 대답에 지욱은 해영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신발이 맞닿을 정도로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박력있게 끌어당기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 지욱과 달리 예기치 못한 지욱의 행동에 해영은 크게 당황했다. 뭐야 얘 왜이래.
지욱의 가슴에 안긴 해영이 당혹감에 눈을 깜박이던 그때, 맞닿은 심장이 쿵쿵 거리며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건 또 왜 이래? 해영은 더욱 더 당황했다.
"지금도?"
지욱의 물음에 황급히 해영이 거리를 벌렸다.
"어. 괜찮아."
해영은 지욱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대충 둘러 대답했다. 혹시 얼굴은 붉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하던 그 때 지욱이 말했다.
"그럼 내가 할께요."
"뭐를?"
"알바, 신랑 알바."
ㅁ..뭐? 놀람과 기쁨에 해영이 입을 틀어막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물었다.
"진짜로? 진짜 할꺼야?"
"대신 조건이 있어요."
"뭐, 뭐, 뭔데?"
"데려가서 키워줘요."
"...어?"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잠시 굳은 해영이 멍청한 얼굴로 되묻자 지욱이 다시 대답했다.
"키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