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리 봐도 우리가 본 혜리는 동생과 할머니, 그리고 현오를 잃기 전의 은호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하거든
그럼 숨기는 거 없고 방향제는 뭐 쓰나요 이불은 어디서 샀나요 궁금한 거 쏟아내던 혜리는 곧 은호의 모습인 건데
하지만 은호가 현오에게 궁금한 걸 묻기엔 은호는 감히 나같은 애가 정현오를 만난다는 식으로 생각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고
그러면 현오한테 괜히 불편한 거 물어서 현오가 기분 상할까봐 눈치보고 못 물었다고 생각함
그리고 현오가 묻지도 않았는데 내 얘기만 하는 것도
현오가 이런 내 무거운 이야기를 듣고 마냥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친척도 혜리도 할머니도 모두 다 떠나게 만든 나같은 애를
그런 낮은 자존감에 자기 이야기도 감히 하지 못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