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내가 무슨 시그니처를 가재? 샤렐백에 다이아 넣어 달래? 그냥 촛불 켜고 풍선 달고 무릎 한번 꿇으라고. 한쪽 무릎만 꿇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지금 나한테 그걸 해 달라는 건 손님은 프로포즈가 아니라 정신감정을 받아야 돼. 진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해, 그거를.
내가 세팅을 다 한다고. 너는 와서 대사만 쳐. 무릎 꿇고 결혼해 주세요, 딱 한 마디.
그니까 지금 나보고 남들이 쓰다 버린 이벤트 용품으로 프로포즈하라고. 그런 쓰레기 앞에서 무릎을 꿇어?
쓰레기라니? 너 호박마켓 무시해? 이거 한 번밖에 안 쓴 거야. 거의 새 거라고.
그걸 두 번 쓰는 놈이 미친놈이지.
미친놈?
너. 너, 이거 해야 돼. 안 하면 안 돼. 안 하면 우리 결혼 못해.
잘 됐네, 그럼. 하지 마. 나가.
그럼 우리 애기는?
뭐?
결혼 엎으면 우리 애기는, 우리 애기 어떡하라고. 우리 애기 수술시켜서 같이 키우기로 했잖아. 불쌍한 우리 애기 어떡해.
하지 마. 하지 말라구요.
(애기 울음소리)
어, 왔네, 우리 애기. 아유, 우리 애기 왔어. 이름 듣고 온 거야. 똑똑해. 냠냠이 줄까? 조금만 기다려. 아이구, 장하다. 왔네, 우리 애기.
ㄴ
망했어. 저거 아무거나 입혀서 대충 치워버릴 걸.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어요.
둘 다 내 거야.
저 라떼 한 잔만, 두 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