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손님. 왜 화 안 내요?
내가 화낼 일이 뭐가 있어?
내가 말 안 했잖아요. 떠날 수도 있다고.
말 안 할 수도 있지. 근데 언제 떠날 건지는 얘기해 줘. 침대는 좀 아깝다.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뭐 먹을래?
그게 다야? 내가 떠날 수도 있는데. 다신 못 볼 수도 있는데. 그게 다냐고.
이 집에서 언니, 오빠, 동생으로 같이 산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한테 남은 건 자연이랑 희성이밖에 없어. 가족처럼 살다가, 가족이었다가, 그렇게 남이 돼서 멀어지는 거? 나 너무 익숙해.
나도 그 중의 하나구나.
너 가야 되잖아. 갈 거잖아. 그냥 가.
알았어요. 갈게요. 저녁은 혼자 먹어요.
개새끼.
가짜 신랑 해 달라고 해서 했을 때는 천사견이라고 하더니, 가라고 해서 가니까 개새끼야?
ㄴ
이거 다 어디서 났어? 단종됐다며.
젤리 회사랑 다른 매장에 전화해서 창고에 남은 거 있는지 알아보고 다 사 왔어요.
이거를 다? 직접?
손님이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좋아하는 얼굴 보고 싶으니까.
그럼, 대답은요?
예스라고 하면 이 세계에 마지막으로 남은 팡팡젤리하고 덤으로 나까지 가질 수 있어요.
결제하시겠습니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