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잡담 ‘나의 아저씨’, 기득권 아재들의 피해자 코스프레
209 4
2024.10.04 17:26
209 4

첫째, 여성의 처지를 최악으로 그린다. 지안(아이유)은 가난과 빚에 시달린다. 사채업자 광일(장기용)은 지안을 쫓아다니며 폭행한다. 드라마가 구타 장면을 자세히 묘사한 것에 시청자들이 항의하자, 제작진은 단순한 채무관계가 아닌 얽히고설킨 관계라고 해명했다. 사실은 그게 더 문제이다. 두들겨 맞은 지안이 “너 나 좋아하지” 묻는다. 사채업자도 채무자에게 연정을 품을 수 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사채업자는 여자의 빚을 조금씩 탕감해주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도움을 주며 호감을 표했다. 하지만 광일은 애정과 집착을 폭력으로 드러낸다. 즉 데이트 폭력, 스토킹 같은 젠더 폭력의 극심한 형태인데, 더 문제는 이런 가학적 소통방식을 지안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묘사된 것이다. 젊은 남자의 젠더 폭력에 시달리는 지안을 그림으로써 평범한 아저씨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치졸한 설정이다.


둘째, 남자의 죄의식을 덜어준다. 아내인 윤희(이지아)는 변호사이고 불륜 중이다. 잘난 마누라로 인해 기가 죽어 있던 판에, 하필 내 후배이자 상사랑 바람을 피운다니, 남자로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는 변명거리를 주는 것이다. 즉 이만하면 젊은 여자를 만나도 크게 나쁜 놈은 아니지 않으냐는 면피의 논리가 숨어 있다.


셋째, 중년 여성의 외모를 비하한다. 매력적인 윤희는 “젊었을 땐 중년 여자들이 그 나이와 그 얼굴로 무슨 사랑을 하나 싶었다”고 말하고, 지안은 윤희를 두고 “아줌마를 왜 사귀어요? 예쁜가? 예뻐 봤자 아줌마지”라 말한다. 여자의 입을 통해 중년 여성의 외모를 후려치는 것이다. 반면 “걔 예뻐? 하물며 어려?”라는 상훈(박호산)의 말은 젊은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욕망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시킨다. 하지만 남성의 나이와 외모에 관한 언급은 없다. 동훈을 “억울하게 생긴 자”로 기억하는 중역의 말이 전부이다. 요컨대 중년 남성이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중년 남성의 나이와 외모는 별 변수가 되지 않으며, 중년 남성의 대표 격인 ‘나의 아저씨’는 ‘억울함’을 자기 표상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드라마는 나름 솔직하다. 시청자들을 위해 드라마의 제작의도를 직접 설명하는 장면이 삽입된다. 아저씨 삼형제가 ‘아저씨 호러’ 운운하는 장면을 보라. 형 상훈이 ‘아저씨 호러’의 시놉시스라며, 실직한 중년 남성이 홀로 죽어가는 광경을 묘사한다. 그러자 동훈은 “여자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상훈은 “여자를 어디다 집어넣어?”라 궁싯거리지만, 장면이 전환되면서 고생하는 지안의 모습이 나온다. 즉 아저씨들의 짠한 현실을 위주로 한 드라마에 억지로 끼워 넣은 여자가 지안이란 자백이다.


상훈은 또 여자 없이 남자들끼리 사는 ‘아저씨 마을’을 언급한다. ‘아저씨 마을’은 그들의 현실이자 비틀린 욕망의 발현이다. 그들은 동성 사회적 남성공동체를 꿈꾸는데, 이미 여성을 배제한 채 형제들끼리 똘똘 뭉쳐 살고 있다. 상훈은 이혼했고, 동훈은 이혼 직전이며, 기훈은 미혼이다. 이들은 비밀이 없고, 허물이 없으며, 서로를 열심히 돕는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저씨들만 사는 마을이 있다면 그곳은 아저씨들의 천국일까, 유배지일까. ‘아저씨 마을’에 대한 희구는 아저씨들이 사회에서 핍박받는 소수자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아저씨는 이 사회의 주류이며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아저씨 호러’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50대 남성의 고독사가 많다는 기사에 아저씨들에 대한 연민이 따라붙지만, 이는 아저씨들이 얼마나 다른 이들의 돌봄 노동에 의존해 살아왔는지를 방증한다. 요컨대 아저씨들은 이미 다른 존재를 착취하는 성별계급의 기득권자들이면서, 자신을 소수자로 여기며 자기 연민에 빠지곤 하는데, <나의 아저씨>가 이런 ‘피해자 코스프레’에 복무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억울한’ 아저씨들의 속내를 투명하게 전시한다. 그러면서도 ‘여자가 빠지면 안 된다’는 동훈의 요구에 따라, 젠더 폭력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의 삶을 피학적으로 소비한다. 그러고는 ‘나의 아저씨’란 제목을 통해 젊은 여성에게 친밀한 존재로 불리고픈 남성의 자의식을 드러낸다. 참으로 민망한 아저씨들의 ‘자기모에화’(자기탐닉)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나 상기하자.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대다수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중년 남자란 사실을. 이들 중 상당수는 그것이 성폭행인지도 모른 채, 사랑 운운했을 것이다. 심지어 <아빠를 부탁해>란 제목의 가족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5명의 연예인 아빠들 중 2명이 상습 성폭행 가해자였다. 이제 ‘당신들의 아저씨’ 그만 연민하고, 그만 위무하고, 그만 부탁하자. 그 대신 현실자각타임을 안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37491.html#ace04ou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VDL💜] 메이크업도, 모공도 안녕~ VDL 퓨어 스테인 포어 컨트롤 클렌징 오일 체험 이벤트 471 10.01 38,299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890,35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574,20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519,478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878,941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96 02.08 1,583,296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1,693,764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2,810,068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8 22.03.12 3,812,275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6 21.04.26 3,009,110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7/1 ver.) 168 21.01.19 3,079,58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3,120,513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51 19.02.22 3,146,003
공지 알림/결과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103 17.08.24 3,038,446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3,357,78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474173 잡담 해리에게 내가 좋아하는 은호.gif 19:43 5
13474172 잡담 강남비사이드 본 덬들 있음 질문좀 19:43 2
13474171 잡담 엄친아 작곡가분 너무 억울할듯 19:42 33
13474170 잡담 ㅇㅊㅇ 비중있는 배우들 중에 정병 심한 배우 없어보였는데 1 19:42 52
13474169 잡담 난 엄친아 보다 말긴했는데 19:42 60
13474168 잡담 근데 추천트 트친이 맘찍 누른거 뜨긴 하는거같음 19:42 12
13474167 잡담 다리미 패밀리 1화 보는데 왤케 재밌냐 19:41 11
13474166 잡담 오늘 일톡 무슨일이지 1 19:41 132
13474165 잡담 신인 작곡가라는데 엄청 당황 했겠다 4 19:41 101
13474164 잡담 그시간에 그거밖에 안해서 틀어놓는다는게 3 19:40 94
13474163 잡담 김지원 타인 하찮아하는 캐릭터 보고싶다 1 19:40 73
13474162 잡담 좋나동 굿동재배드동재라 하는것도 웃겨 3 19:39 47
13474161 잡담 난 추천트에 자꾸 알고싶지 않은 쩜오 글들이 영원히 뜸 ㅈㄴ 영원히 차단하는데도..... 3 19:39 56
13474160 잡담 선업튀 많은친구... 모인밤... 그 속에서 3 19:39 77
13474159 잡담 난 추천탭에 야한거 한번 떳다가 계속뜨길래 뭐지 했는데 6 19:38 219
13474158 잡담 요즘 그... 스불재의 여러가지 경우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거 같음 19:38 84
13474157 잡담 백설공주 정우 억울하게 옥살이한거 보상금받을수있나???? 6 19:37 58
13474156 잡담 김지원 보그 영상이 더 찐이다 3 19:37 111
13474155 잡담 불호가 하도 많아서 걍 조용히 달리다 표절까지떠서 와 드라마달리는데 2 19:37 143
13474154 잡담 룰루레몬 박서준 입은것처럼 이쁘나? 2 19:36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