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허락을 구하는 것 보다 용서를 구하는 게 쉽다고 하잖아
나는 이게 딱 은옥씨가 해영이한테 해온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은옥씨가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은옥씨가 좋은 사람이라 따뜻한 마음으로 다정을 베푼 거긴 하지만.
엄연히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인 해영이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
위탁아를 데려오기 전에 해영이에게
'이런 사정을 가진 아이가 있다, 잠깐 있다가 상황이 괜찮아지면 갈거다'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 보다
일단 데려오고 해영이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는 게 쉬웠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해영이가 이번에는 제대로 잘못을 기억도 못하는 은옥씨한테
또다시 미안하다고 사과를 받고 용서하는 게 좀... 나올 것 같긴한데 싫었음
해영이가 자기가 받은 상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용서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어린시절 엄마와의 기억과 화해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그래서 나는 장례식장에서 상주 옆에 위탁아들 이름을 붙이는 장면이 되게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