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만든 개혁자이자 타고난 저항의식의 주인. 계급 사회가 결정내린 것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천영은 배우 강동원의 얼굴을 만나 날렵하고 민첩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필모그래피 사상 “악역이나 궁핍한 배경의 인물은 많이 해봤지만 신분 자체가 낮은 인물은 처음”이라고 밝힌 그는 “제약이 많은 양반과 달리 천영은 표현 방식이 다양해서 좋았”다며 작품에 합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타고난 리더십, 우아하고 저돌적인 무신으로서의 면모, 그럼에도 예를 지키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게 더 중요한 거친 모습까지 그는 천영의 입체적인 모습을 다각도로 표현하려 고민했다. 그 결과 강동원은 영화 초반에 드러나는 천영의 산발을 직접 완성했다. “외형적으로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이 ‘뭐야, 강동원 언제 나와?’ 할 것 같다. (웃음) 그렇게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하는 게 중요했다.” <전, 란> 을 속도감 높은 활극로 완성하는 것은 단연 강동원의 검술이다.
3개월 간의 기초 체력과 훈련을 통해 천영의 완벽하고 완전한 기술을 익혔다. “말 그대로 완벽해야 했다. 천영은 타고나기로 검을 잘 다루고, 무엇보다 종려(박정민)를 도와 그냥 급제도 아닌 장원급제를 시킨 인물 아닌가. 그래서 더 빠르고 가볍게 검을 다루려 노력했다.” 곳곳이 열기로 가득한 여름철, 야간 전투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왜군과 첫 교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세 겹의 옷과 와이어를 달고 롱 테이크로 전력질주했다. “2층에서 뛰어내린 후, 와이어를 메단 상태로 계속 검술을 이어갔다. 하네스 특성 상 몸이 꽉 끼어서 온몸이 엄청 뜨거워졌다. 움직임도 내 생각만큼 빠르지 않아서 속상했다. 하지만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땐 그냥 견디고 버텨서 해내는 것만이 답이다.” 긴 전쟁 이후 참혹한 잔상만이 세상에 남겨졌을 때 천영은 놀라 우리만치 평온해 보인다. 빈곤과 굶주림, 비인간성과 무자비로 가득한 절멸의 시대. 천영은 어떻게 마음의 고요를 얻은 것일까. 그와 하나 되었던 강동원은 그의 안온함을 이렇게 발견했다. “그도 그 사이에 나이를 먹은 거다. (웃음) 농담이 아니라 지금의 그는 남의 종살이를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면서 지낸다. 주변에 가족 같은 사람도 생겨나고. 이것만큼 안정된 게 있을까. 시대가 만든 제약에서 벗어난 그의 심리적 변화를 강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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