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입체적인 인물들은 전란의 시대를 겪으며 더 진한 각자의 색깔을 낸다. 그리고 강렬한 색채들의 조화로움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다. 종종 숨기지 않고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박찬욱식 유머 코드는 매혹적인 윤활유다. 장르 역화에 특화된 김상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판소리(창)부터 락까지 넘나드는 음악은 특히 좋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베테랑들의 분노의 칼춤이다. 긁직한 갈등과 대결의 국면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한편, 이 같은 요소들로 단순한 전개의 빈공간을 똑똑하게 채운다.
다만, 그럼에도 두 주인공의 지극히 영화적인 운명 서사와 방대한 역사적 배경 사이 빈공간이 큰 탓에 캐릭터·액션 외 볼거리만으로만 끌고 가기엔 한계도 느껴진다. 이로 인해 논스톱 검술 액션과 화려한 장치들에도 단조롭고도 정체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진감은 있지만 긴장감은 아쉽고, 속도감은 있지만 (내내 같은 속도, 검술 액션만 펼쳐지니) 좀처럼 가속도가 붙지 않는 것.
그럼에도 역대 넷플릭스 K영화 콘텐츠 가운데 단연 높은 완성도를 뽐낸다. 부산국제영화제 최초의 OTT 개막작아 될 자격이 충분하다.
‘평등’의 메시지를 품은,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밀도 높고도 다채롭게 완성했다. 한국적지만 글로벌 관객에게도 닿을 만한 요소들도 풍부하다. 세련되고도 박력 넘치는 사극 대작의 탄생, 강동원의 건재함을 다시금 증명한다. 극장 아닌 작은 화면으로 봐야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추신, 이번 설계는 오케이
10월 11일 전 세계 넷플릭스 공개.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6분.
앞부분은 영화내용 설명이라 뺌
https://naver.me/xMjFPli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