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혼' 이야기의 공감 포인트가 있었나.
▶가짜 결혼에 대한 상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가짜 결혼' 소재의 드라마가 있기도 하지 않나. '손해 보기 싫어서'는 축의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편의점에서 신랑을 구하는 게 신선했다. 그런 게 신선했다.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결혼한다는 게 신선했다. 나는 축의금이 아까웠던 적은 없었다. (결혼과는) 별개로 준 만큼 거둬야겠다고는 생각을 안 해서 그렇다. 요즘 친구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더라.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극 중 기혼자와 미혼자의 승진 체계가 다르다는 점도 가짜 결혼의 이유다. 분야는 다르지만, 결혼이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나.
▶우리가 쉽게 생각하면 기혼보다 미혼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기혼에게는 더 박하지 않을까라고 하는데, 드라마는 그 인식을 드라마에서는 비틀지 않았나. 시대가 이제는 기혼과 미혼 여성의 틀이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도 많은 시청자들이 새롭게 느낀 게 기혼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고 그런 걸로 인해 가짜 결혼한 사람의 이야기다. 시대에 맞게 표현된 것 같다. (활동에) 결혼이 영향이 없지 않나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로코 특성상 커리어우먼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로코 특성상 앞에서는 캐릭터 매력을 보여주고 성장 과정과 주제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정석인 것 같다. 해영이가 가장 결핍이 많은 캐릭터인데 너무 현명하고 재치 있게 풀어가지만, 그 안에 결핍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과 엄마를 잃음으로써 그 아픔을 겪는 과정으로 마무리가 됐다. 자기 색깔이 강렬한 친구가 그런 일을 겪었을 때, 그 감정은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위기를) 처음 맞이하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쉽지는 않았지만, 정성껏 표현하고 싶었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해영의 오열은 어떻게 연기했나.
▶해영이가 엄마에 대한 사랑을 원하지 않았나. 그리고 나서 해영이가 원하는 방식의 마무리가 아니어서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항상 위기에 빨리 대처하는 해영이가 엄마의 죽음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려고 했다가, 지욱이 앞에서 아이처럼 목 놓아 울어버리는 신이 어쩌면 앞에 보였던 해영이가 아니라 '엄마의 딸'인 해영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장례식장에서 위탁아들을 만났을 때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도 나온다.
-위탁아 소재가 흔하지 않다.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어떻게 알고 있었고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드라마 전에는 잘 모르고 생각을 많이 한 적은 없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친딸이 있는데 위탁아가 많아서 섭섭해하는 내용을 본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작가님이 하려는 이야기가 친가족은 아니지만 이런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제가 가슴 아팠던 장면은 해영과 지욱이의 집에서 이 집에 남은 건 희성와 자연이밖에 없다고 할 때 그 마음이 느껴지더라. 희성이와 자연이에게 의지를 하고 있구나 싶더라.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는 아니지만 해영이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많이 맺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영대와의 호흡은 어땠나.
▶극 중에서 약간의 존중도 있고 거리감도 있는데 저도 드라마 끝날 때까지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그래서 낯선 분위기가 있었다. 워낙 연상연하 커플의 설정이어서 낯선 분위기가 있었다. 미묘한 긴장감,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이 실제와 비슷해서 드라마에 잘 나온 것 같다. 김영대 배우는 이번 작품 이후에 더 좋은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작품을 많이 할 친구이고, 나 김영대와 지욱 캐릭터를 워낙 아주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친구가 아닐까 싶었다.
-해영이 지욱이를 언제부터 좋아했다고 생각하나.
▶해영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기억하고 그걸로 프러포즈했을 때 아닐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기보다 본인은 자각하지 않지만,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결혼식을 하고 손을 잡고 입장할 때도 마음이 쌓였을 것 같다. 해영이가 돌아오자마자 편의점에 달려간다. 계속 지욱이를 생각하고 그리워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해영이의 마음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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