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가 뭘까?
https://v.daum.net/v/20180102150259588
역사적 사실을 감추는 건 결국 '미화'인 셈
▲ <1987>의 스틸 사진 |
ⓒ CJ엔터테인먼트 |
강용주의 폭로에 등장하는 '대구교도소의 그 보안과장'이 바로 안유다. 안유는 1990년대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전향 공작을 펼치며 고문을 가했다. "당시 재야인사와 대학생 등 공안 관련 사범들을 감시하고 회유하는 역할을 했다"(<오마이뉴스>, 25년만에 얼굴 드러낸 박종철 사건 폭로 주역들)고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 이전에도 같은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1987>은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안유라는 이중적인 인물을 의인으로 기록하고 있다.
안유라는 인물과 그가 했던 내부 고발의 중요성은 충분히 이해된다. 또, 그가 '변절자'로 불리며 교정계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처지가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가해자'라는 것도 변함없는 객관적 진실이다.
'안유=가해자'라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감추는 건 결국 '미화'인 셈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지지도 않는다. 잘 나가는 영화에 웬 트집이냐고? 감동적인 영화에 웬 태클이냐고? 그리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 누구도,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저질렀던 사람이 버젓이 의인으로 나온다면, 과연 당신은 뭐라 말할 것인가. <1987>을 보며 마냥 감동에 젖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1987>도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세심하지 못함에 더욱 불평할 수밖에 없다.